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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죽어가는 아이들부터 살리자

중학교 3학년 때 일이다. 이웃 반에 자전거 체인을 갖고 다니며 싸움을 하는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만만한 상대를 물색한 뒤 교사 뒤 공터로 데려가 많은 학생이 보는 앞에서 체인을 휘둘러댔다. 누구건 그 체인에 한 번만 맞으면 그걸로 ‘싸움’은 끝났다. 몇 번 그런 일이 있은 뒤부터 모든 친구가 그 아이와 눈빛 마주치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그 아이는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폭력을 휘둘러댔고, 다른 학생들은 잠재적인 공포 속에서 학교를 다녔다.

On Sunday

3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새삼스럽게 먼 옛날 일을 끄집어내는 것은 최근 학교폭력 뉴스를 보면서 그때 결심한 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 다음에 커서 무슨 일을 하든지 이런 일부터 고치도록 해야겠다는 결심. 당시 일개 중학생에 불과했지만, 이런 폭력은 학교의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의지를 별로 느끼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학교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비단 우리나라만 겪는 문제도 아니다. 기자가 특파원으로 근무했던 프랑스도 학교폭력이라면 국가가 골머리를 썩일 정도로 심각하다. 학교 안에서 칼에 찔려 숨지거나 총이 동원된 사례도 있었다. 들끓는 여론에 대책도 수차례 나왔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학교를 성역화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하지만 학교폭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프랑스는 최근 학교폭력 대응 매뉴얼 중 가히 결정판이라 할 만한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눈길을 확 끄는 내용이다.

이 대책은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3중의 방어막 설치를 골자로 하고 있다. 1단계는 교내 폭력 예방조치다. 학교에 배치된 헌병(군인이지만 경찰 업무를 주로 한다)들이 교사들을 만나 비행 가능성이 있는 학생 정보를 받아 이들을 관찰한다. 2단계는 학교 주변에서 전개하는 범죄 억제 활동이다. 여기에는 교사로부터 정보를 받은 헌병들이 학교 주변에서 사복 혹은 정복으로 순찰하는 경찰에게 비행학생 정보를 제공하고 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하게 한다. 3단계는 표적 통제 단계로 비행청소년들의 집을 파악해 주변에 헌병을 집중 배치하고 순찰을 강화한다. 이들이 비행을 저지르면 바로 체포한다.

요약하면 교내와 학교 주변, 문제학생의 집 주변 세 지역을 나눠 각 구역을 담당하는 헌병·경찰이 긴밀히 공조해 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침이 제대로만 시행된다면 문제학생을 철저히 감시·감독함으로써 일반 학생들을 학교 안에서뿐 아니라 등·하교 시 동선까지 보호할 수 있다. 물론 많은 경찰력이 투입돼야겠지만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도 학교폭력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개밥을 먹이고, 케첩을 뿌리고, 침을 뱉으며 모욕을 줬다는 소식에서부터 이런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까지.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도대체 정부는 뭘 하는지 답답함에 울화가 치민다.

사교육의 폐해를 어떻게 해결할지, 외국어고를 어떻게 바꿀지 하는 논란도 중요하지만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살리는 일보다 급하진 않다. 힘 있는 당국이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최우선 정책 순위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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