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9일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은 뒤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과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오고 있다. [김형수 기자] | |
한 전 총리 무죄 판결 영향
조해진 대변인은 “혐의가 있어도 명백한 물적 증거가 없으면 입증하기 어려운 뇌물죄 재판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났다”며 “한 전 총리가 고급 골프 빌라를 한 달 가까이 공짜로 사용하거나 골프장 직원이 점수까지 밝혔는데도 자신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국민은 고개를 돌렸다”고 주장했다.
‘한명숙 1심 무죄’는 그간 민주당이 학수고대하던 시나리오다. 민주당은 이제 ‘정권의 탄압이 지나치다’는 메시지로 ‘정권 심판론’을 부각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족쇄’가 풀린 한 전 총리도 본격적인 선거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그는 10일 오전에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오후에는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찾는다.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민주당과 민노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 등은 9일 밤 후보단일화를 위한 재협상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에도 ‘한명숙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 당장 ‘한 전 총리와 겨룰 때 누가 더 경쟁력이 있느냐’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지율에서 앞서가는 오세훈 시장 측은 “강적이 등장했다면 당연히 우리도 가장 강한 후보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오세훈 대세론’을 강조했다.
반면 원희룡·나경원·김충환 의원 측은 이번 판결이 경선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다. 원희룡 의원 측은 “선거에서 도덕성 문제가 쟁점이 될 텐데 흠결 없는 후보인 원희룡을 대안으로 내세워야 이긴다”는 논리를 전파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 측은 “한나라당도 경쟁력 있는 여성 후보를 내세워 여성 대 여성 구도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충환 의원 측은 “3선 구청장을 지낸 김 의원의 풍부한 행정 경험이 본선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에 대해선 “유죄든 무죄든 자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오세훈 시장 측 이종현 대변인), “무죄 판결이 도덕성이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면죄부는 아니다”(원희룡 의원), “법률적으론 무죄지만, 도덕적으론 유죄”(나경원 의원), “서울시의 어머니가 될 수 있는지 자숙하라”(김충환 의원)며 일제히 견제구를 던졌다.
글=강민석·김정하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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