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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무대 공포증 이기는 법?

악기 연주 시험의 중요한 도우미는 커튼입니다.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서죠. 심사위원은 시험 응시생의 모습을 보지 못한 채 연주만 듣습니다. 제가 열세 살 무렵 예술학교 입학시험을 볼 때도 커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린 저에게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고 생각하게 한 응시생이 등장합니다.

김호정 기자의 클래식 상담실

심사위원이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해 흰 손수건을 돌돌 말아 입에 꽉 물고 피아노를 치더군요. 긴장감 때문에 이까지 덜덜 떨리는 바람에 항상 사용하는 방법인 듯했습니다. 또 신발은 자신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고무신 모양의 새하얀 실내화였습니다. 우스운 모습으로 다른 응시생의 긴장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그 학생이 연주하던 쇼팽의 왈츠는 참 안쓰러웠습니다.

‘무서움’. 1967년 나온 책 『야구란 무엇인가』는 이 단순한 단어 하나로 시작합니다. 보는 사람은 짐작할 수 없는, 가장 큰 적. 저자 레너드 코페트는 ‘왜 미사일처럼 날아오는 공에 대한 타자의 무서움을 어떤 야구 전문가도 언급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합니다.연주자의 무대 공포증 또한 많은 사람이 무심코 넘깁니다. 무대 공포증이라는 말이 어딘지 아마추어의 냄새가 나기 때문일까요.

대부분의 청중이 그지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오는 곳이 음악회이기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우황청심환’은 연주자들의 좋은 친구입니다. 또 많은 연주자는 공연을 코앞에 두고 무대 뒤 대기실에서 일부러 잠을 청합니다. 차라리 모든 걸 잊고 싶은 거겠죠.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는 무대 위 긴장감이 싫어 12년 동안 연주를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글렌 굴드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동안 무대 뒤에 숨어있다 피아노 부분이 시작될 때야 뛰어나와 연주했다’는 루머까지 돌았습니다. 시벨리우스는 무대 공포증이 괴롭히는 바이올린 연주보다 작곡에서 성공을 거둔 인물이죠. 첼리스트의 전설인 파블로 카잘스 또한 생전에 무대 공포증의 괴로움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고요.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집중해서 보는 가운데, 그것도 단 한 번 만에 훌륭한 연주를 해야 한다는 불안감은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이 얼마나 불공평한가요. 좋은 실력이 있어도 무대 공포증 때문에 발휘할 수가 없다면요. 하지만 대부분의 나쁜 것들이 그렇듯 무대 공포증 또한 좋은 면이 있습니다. 어떤 연주자들은 긴장을 흥분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팽팽한 음악적 흥분이 연주를 생생하게 만들어 준다는 겁니다. 물 오른 타자에게는 그 어떤 빠른 공도 수박만 하게 보이듯 말이죠.

호로비츠는 무대 공포증에 대해 “그 어떤 실수라도 네가 무대 위에서 하는 이야기 중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자에게 충고했다고 합니다. 12년의 공백을 거친 후 무대 공포증과 함께 사는 법을 깨달은 것이 아닐까요. 손수건을 물었던 친구도 지금쯤 무대 공포증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됐다면 좋겠습니다.

A 긴장을 예술적 흥분으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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