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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장애인에 편견 없다는 당신 위선은 아닐까 생각해봤나요

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

김원영 지음, 푸른숲, 276쪽, 1만2000원




그는 착한 장애인도 싫다고 했다. 자신은 헬렌 켈러나 스티븐 호킹처럼 천재도 아니고 오토다케(『오체불만족』 저자)처럼 친화성을 내세울 만한 ‘수퍼 장애인’도 아니란다. 한때는 수퍼 장애인이 되어 희망을 전하고픈 욕심에 자신을 채찍질한 때도 있었지만, 있는 그대로를 숨기고 유쾌한 척, 고상한 척, 성숙한 척 하는 장애인 역할도 싫다고 했다. 이 책을 쓴 스물 아홉 살 청년의 얘기다.



김씨는 비록 장애인이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간판’을 갖췄다.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같은 학교 로스쿨에 다니고 있다. 작은 충격에도 뼈가 부스러지는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는 지체 1급 장애인인 그로서는 그야말로 지난한 일이었으리라. 그렇다고 장애인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쓴 에세이라고 예측했다면 오산이다. 책은 감수성이 예민하고, 자의식도 강한 지은이의 성장기인 동시에 장애인에게는 아직도 서툴고 무심한, 그리고 때로는 잔인한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 정밀한 성찰로 파고 들어간 쓴 비판적 에세이다.



“나는 늘 하나의 풍경인 것 같았다.” 그는 대학생 시절엔 지하철에서 불쌍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은 묵직한 책을 꺼내 들곤 했단다.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려 휠체어를 밀고 고깃집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주인으로부터 “여기는 왜 오신 거예요?”라는 질문을 들었다. 다른 집으로 옮겨서도 마찬가지였단다. 중학교 시절을 보낸 재활원엔 “바람처럼 휘몰아쳐 왔다가 순식간에 빠져 나가는 외지인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아름다운 여성을 보면 가슴이 뛰는 것도 똑같은데도,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무성적인 존재’인 척을 하거나 그렇게 바라보는 것도 고통스럽다고도 털어놨다. 하지만 책은 그런 푸념 일색이 아니다. 그 누가 쓴 글보다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고, 장애인권단체에서 낸 보고서보다 힘있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들이 많다. 그는 자신의 오늘은 수많은 사람들과의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인다.



제목이 암시하듯 ‘착한 희망’따위와는 거리가 멀다. 까칠하고 지적인 글이다. 스스로 진보 성향이고, 소수자에 대한 편견도 거의 없으며, 위선을 경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읽어봤으면 좋겠다. 진짜 그런 성향인지 가늠하게 해주는 리트머스지 역할을 해줄 테니 말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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