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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f&] 박세리의 ‘와인 내 사랑’

박세리가 LPGA 투어 KIA 클래식 프리젠티드 바이 J골프가 열린 라코스타 리조트의 클럽하우스에서 와인을 맛보고 있다. 박세리의 모자에 붙어 있는 로고 ‘온다 도로’는 캘리포니아산 최고급 와인이다. [라코스타=김상진 기자]
박세리(31)가 와인 잔을 들자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카리 웹(호주)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너 대낮부터 와인 마실 거냐?” 박세리는 그냥 씩 웃었다.



“1865가 인기라고요? 내 최저타 기록이 61이니 1861 만들까요”

LPGA 투어 KIA 클래식 개막을 앞둔 지난 3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코스타 리조트에서였다. 점심식사 도중 그의 모자에 붙어 있는 낯선 로고에 대해 물었더니 박세리는 대뜸 와인을 주문했다. 박세리의 모자와 가슴에 붙어 있는 로고는 와인 브랜드인 ‘온다 도로(Onda d’Oro)’라고 한다. 황금빛 물결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평론가 로버트 파커에게 100점 만점을 받은 고급 와인이다.



온다 도로는 박세리의 공식 스폰서는 아니다. 개인적인 인연 때문에 로고를 달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에서 온다 도로를 만드는 운산그룹 이희상(64) 회장은 1998년부터 박세리를 후원해 준 ‘큰아버지’다. 박세리는 친척이 아니라도 아버지 박준철씨와 친한 어른들을 큰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는 온다 도로 와이너리에 가 보기도 했다. 박세리는 “이 와인 괜찮아요. 라운드 후 한잔 마시면 피로가 싹 사라지고 나쁜 샷은 잊히고 좋은 샷만 기억하게 하거든요”라고 노골적인 광고를 했다.



슬럼프 때 처음엔 소주, 지금은 와인



골프밖에 몰랐던 박세리가 알코올을 알게 된 것은 슬럼프에 빠졌을 때다. 너무 괴로워 조금씩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땐 녹색 병(소주)을 사랑했지요. 포장마차에서 느끼는 그 사카린 냄새, 캬~.” 2007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을 위해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에 갔을 때는 한국 후배들을 모아 놓고 맥주 원샷 대회를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는 와인을 마시고 있다. “독한 술을 마실 겨를이 없죠. 쫓기듯 투어를 다니다 보면 항상 바빠요. 술을 마셔 컨디션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아요. 투어를 다니며 유일하게 여유가 있는 시간은 저녁식사 시간인데 그때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 한잔 시켜 놓고 맛을 음미하는 정도죠.”



와인을 즐기는 것은 박세리뿐이 아니다. 프로 골퍼들은 와인에 젖어 있다. PGA 투어 선수 제프 슬루먼(미국)은 와인 셀러에 1500병 이상의 와인을 모아놨고, 나파 밸리로 정기적으로 와인 쇼핑을 다닌다. 더피 월도프(미국)는 2000병 이상의 와인을 집에 소장하고 있다. 그의 공식 라운드 수와 비슷할 듯하다.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와인을 만드는 프로 골퍼도 있다. 그레그 노먼은 호주에 광활한 와이너리를 운영 중이다. 수많은 종류의 와인을 만들고 큰돈을 벌어들인다. 그의 포도주는 세계 10대 와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노먼의 성공 사례를 많은 프로 골퍼가 따라 한다. 노먼 다음으로 성공한 와인 회사 사장 겸 프로 골퍼는 어니 엘스다. 사연이 재미있다. 그는 원래 와인을 마시지도 않았다. 한 여인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남아공의 와인 산지인 스텔렌보시에서 열린 대회에 갔을 때다. 그곳에서 부인이 될 리슬을 소개받게 됐다. 엘스는 그날 리슬과 와인 몇 병을 마셨다. 그날 이후 엘스는 리슬은 물론 와인과도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엘스의 와인도 꽤 괜찮은 포도주로 취급된다.



어니 엘스는 와인 인연으로 결혼까지



와이너리들은 골퍼의 명성에 기대 제품을 홍보하려고 선수들의 이름을 딴 와인을 내놓는다. 아무래도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경제적 여유가 있어 와인도 많이 마신다. 루크 도널드(영국), 개리 플레이어, 레티프 구센(이상 남아공)이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을 가지고 있다. 마이크 위어(캐나다)는 자선재단에 낼 돈을 모으기 위해 와인을 만들고 있다. 아널드 파머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베이 힐 골프클럽으로 자신을 찾아온 손님에게 자신의 와인을 한 병씩 준다.



알코올 중독으로 많은 문제를 일으켰던 존 댈리(미국)도 와인을 낸다. 반면 닉 팔도(영국) 경은 “사람들이 내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시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프로 골퍼들의 부업은 코스 디자인 다음엔 포도주 양조장이다.





“내 분위기엔 깊고 짙은 맛 카베르네 소비뇽”



박세리도 그런 욕심이 있다. “안니카 소렌스탐도 자신의 이름을 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나도 기회가 된다면 박세리 브랜드의 와인을 내놓고 싶어요. 깊고 짙은 맛이 있는 카베르네 소비뇽으로요. 내 분위기가 그렇지 않은가요.”



한국에서는 1865라는 칠레 와인이 인기다. 18홀에 65타를 치게 된다는 마케팅이 먹혀 든 덕분이다. 이 이야기를 들려줬더니 박세리는 “그러면 나는 1861을 만들까요. 내 최저타 기록이 61타니까요”라며 웃었다.



골퍼들은 왜 와인을 좋아할까. 최고의 프로 골퍼들은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서양에서는 좋은 음식에는 궁합에 맞는 와인을 곁들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정상급 골퍼들은 세계 곳곳의 진귀한 와인에 대한 조예가 깊다.



골프 19번 홀의 공식 알코올은 스카치 위스키다. 골프와 마찬가지로 스코틀랜드를 고향으로 두고 있으며 여자 출입금지가 많았던 프라이빗 클럽처럼 마초적인 냄새도 풍긴다.



그러나 프로 골퍼들은 독주는 많이 마시지 않는다. 박세리는 “위스키는 술이고, 와인은 음식”이라고 말했다. LPGA 투어 공식 와인 업체인 미라수의 데이비드 미라수 사장은 골프와 와인의 공통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골프 코스마다 개성이 있듯 와이너리마다 독특한 향기가 있다. 골프장에 매일 다른 바람이 불듯, 와이너리에도 매년 다른 바람과 태양이 뜬다. 오늘 라운드와 내일 라운드가 분명히 다르듯, 올해 와인과 내년의 와인도 다르다”고 말했다. 꽤 설득력이 있다. 바람과 태양에 민감한 프로 골퍼들이 수만 가지 모습을 가진 와인을 즐긴다는 것이다.



골프와 와인의 인연은 좀 더 길다.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 우승컵 클래릿(프랑스 보르도산 적포도주) 저그는 은으로 된 포도주 병이다.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오픈 우승을 위해 들판에 나가 태양과 바람에 맞서 승리한 챔피언은 달콤한 포도주에 목을 적시길 원한다. 많은 시간을 들에서 지내는 최고의 골퍼들은 뜨거운 태양을 받고 자라는 포도송이에서 자신들의 모습을 연상하는지도 모른다.



라코스타·글=성호준 기자, 사진=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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