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현대판 ‘제철보국’

시대가 변하면 사시(社是)도 변한다. 삼성의 고(故) 이병철 회장은 ‘사업보국’을 내세웠다. “기업이 적자를 내는 것은 국가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철(鐵)의 사나이’ 박태준은 ‘제철보국(製鐵報國)’을 내걸었다. ‘산업의 쌀’인 철을 충분히 만들어 나라에 보답하겠다는 다짐이다. 연 국민소득이 북한에 크게 못 미치던, 200달러도 안 되던 시대 영웅들의 혼(魂)은 이처럼 ‘국가’를 향했다. 애국심의 시대이자, 한편으론 ‘내셔널(national)’의 시대였다. 외제차는 언감생심, 양담배도 단속 대상이었다.



그러나 수출주도형으로 산업체계가 바뀌면서 시대정신도 변화한다. 이제 ‘호혜(互惠)’를 앞세운 ‘인터내셔널(international)’ 시대다. 정부가 의전용 차량을 외국산으로 구입하고, 양담배 규제도 풀어야 했다. 팔려면 사야 했던 것이다. 그런 것이 ‘다국간(multi-national)’으로 촘촘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88서울올림픽 이후 ‘글로벌(global)’시대를 맞이한다. 이렇게 진화한 시대의 정의(定義)에서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내셔널’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면서 사시와 모토도 변한다. 현재 삼성이나 LG 등 글로벌 기업은 더 이상 ‘국가’를 말하지 않는다. ‘고객 만족’과 ‘고객 감동’이다. 여기서 고객은 국내 고객이 아니다. 전 세계의 고객이다. 송자 전 연세대 총장은 이런 흐름을 갈파하며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고, 따라서 세계에서 1등이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흐름 속에 포스코도 40년간 모토였던 ‘제철보국’에서 새롭게 ‘포스코 웨이(posco way)’를 선언한다.



근대화의 역정에 현대의 고(故) 정주영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던 불도저. 대표적인 어록이 “임자, 해 봤어?”다. 하지만 그도 이루지 못한 게 있다. 일관제철소를 갖는 것이다. 그런 것을 아들인 정몽구 회장이 어제 현대제철에서 일관제철 준공식을 했다. 선대의 꿈을 32년 만에 이룬 것이다. 그의 모토는 선대의 ‘국가’와 미래세대의 ‘고객’ 사이에 위치해 있다. 다름 아닌 ‘품질경영’이다. 직접 부품까지 챙기는 ‘불량 제로’의 열정으로 고로에 불을 댕긴 것이다. 무엇보다 17만 명의 일자리와 24조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생긴다고 한다. 현대판 제철보국인 셈인데, 신품종·신개념 ‘산업의 쌀’이 풍작을 이루기를 기대한다.



박종권 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