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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월 스님 초청‘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강연

성공회대 예배당 강단에 스님이 올랐다

학생들 눈이 동그래졌다

“불교는 ‘나는 누구인가’‘나는 무엇인가’

그런 물음으로 시작하는 종교다

부처님도 예수님도 여러 고민 있었을 것

집착을 놓을 때 우린 열린 공간이 된다”

침묵 … 그리고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7일 기독교 재단인 성공회대에서 열린 부활절 주간 채플에 초청받은 지월 스님이 ‘불교란 어떤 종교인가’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성공회대는 학생들의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날 강연을 마련했다. [강정현 기자]
7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학교 성미카엘 예배당. 채플 시간이라 220여 명의 학생들이 빼곡히 자리를 메웠다. 강단 벽에는 ‘부활’이라고 적힌 길쭉한 걸개가 걸려있었다.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 그러니 어둠이 빛을 이겨본 적이 없다’는 구절도 씌어져 있었다. 부활절 주간에 열리는 채플이었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강단에 오른 이는 성공회 신부가 아니라 머리 깎은 스님이었다. 성공회대 교목실에서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지월(41·북한산 심곡암 부주지) 스님을 초청, 불교에 대한 강연을 청한 자리였다. 기독교 재단 학교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파격’이었다.



학생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교목실장 이정구 신부는 “오늘은 부활절 주간 채플이다. 특별히 스님을 모셨다”고 소개한 뒤 기도를 했다. “사랑의 주님, 주님께서는 저희 모두를 구원하시려고 많은 성현과 종교를 이 땅에 내셨습니다. 부활 주간을 맞아 지월 스님을 초대했으니, 그의 입을 통해서 저희에게 지혜와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축복해 주소서.”



박수가 쏟아졌고 지월 스님이 강단에 올랐다. 그는 학생들에게 “눈을 감아 보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자신의 심장에 손을 올려보라고 했다. 학생들은 다들 따라 했다. 침묵이 흘렀다. 스님은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편안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내가 자유와 평화, 진실 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기를…”이라고 말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지월 스님은 말을 이었다. “불교는 ‘나는 누구인가’‘나는 무엇인가’란 물음으로 시작하는 종교다.” 그리고 붓다의 생애를 짧게 얘기했다. 특히 왕자 시절 가졌던 ‘10대 때 싯다르타의 고민’을 얘기하는 대목에서 학생들은 고개를 쭉 뺐다. “저도 출가 전에 고민이 많았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거라 본다. 여자 친구, 건강, 가족과의 갈등, 공허함, 외로움, 경제적 문제 등. 2500년 전 부처님도 그랬다. 아마 예수님도 그러셨으리라 본다. 그런 문제를 해결코자 하는 게 불교의 출발점이다.”



스님은 ‘명상’의 맛도 보여줬다. 모두 눈을 감았다. 지월 스님이 말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 중에 당신이 자꾸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가? 지금 스쳐가는 한 사람만 떠올려 보라.” 학생들은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눈을 감은 채 집중했다. “잠시 돌아보라. 상대방에게 당신이 못마땅한 적은 없었는가. 이제 마음에서 한 걸음 물러나라. 그 사람과 그 감정에서 한 걸음 뚜~욱 떨어져서 바라보라. 마치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를 보듯이 바라보라.” 예배당의 침묵은 점점 깊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속삭여보라. 나는 당신에게 아무 적대감 없습니다. 당신 또한 내게 아무 적대감 없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이 자비심이 당신과 당신 주변으로 넓게, 넓게 퍼져갈 수 있도록 하라.”



짧게나마 명상 체험을 한 학생들의 눈이 말똥말똥했다. 이어서 지월 스님은 깨달음을 이룬 붓다의 가르침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강연 말미에 질문이 나왔다. “스님께선 집착을 버리라고 하셨다. 그런데 여자 친구를 사귈 때는 이게 어렵다. 또 집착을 버리면 감정도, 성취도 없는 것 아닌가. 생의 기쁨이 없을 것 같다.”



지월 스님은 현실적인 처방을 내놓았다. “연애할 때 집착하지 마라. 집착하면 마음이 괴롭다. 제가 이 예배당에 들어올 때 이 안의 물질과 빈 공간이 저를 맞았다. 사랑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들어서는 ‘공간’이 돼주는 거다. 집착하면 상대방 앞을 가로막게 된다. 집착을 놓을 때 비로소 우리는 공간이 된다.”



박수가 쏟아졌다. 채플에 참석했던 학생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천주교 신자라는 윤가희(20)씨는 “채플 시간에 스님이 오셔서 깜짝 놀랐다. 저는 천주교와 기독교, 불교가 서로 갈등하는 종교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강연을 듣고 보니 공통점이 참 많더라”고 말했다. 개신교 신자인 김아연(19)씨는 “지금껏 스님이 하시는 얘기를 들을 기회는 없었다. 욕심을 버리라는 가르침이 다른 종교도 비슷하구나 싶었다”고 했다.



성공회대 교목실 조정기 신부는 “고착된 생각을 가진 종교는 분열과 갈등을 일으킨다. 젊을 때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접하는 것이 편견을 무너뜨리고 폭넓은 사고를 가능케 한다. 그래서 이번 채플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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