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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NPT 탈퇴 국가엔 핵 공격 가능성 열어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사용을 크게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나라가 미국을 공격하더라도 핵을 쓰지 않는다면 핵무기로 반격하지 않겠다고 했다. 과거 미 대통령들이 핵 사용과 관련, 모호한 표현으로 핵 억지 능력을 극대화하려 했던 것과 대비된다. 오바마의 꿈인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미국이 솔선수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거나 위반한 국가에 대한 선제적 핵 공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놨다. NPT에서 탈퇴한 북한이나 NPT 회원국이면서도 이를 지키지 않는 이란을 겨냥한 발언이다. 미국의 핵 감축 노력에 도전하는 두 나라의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상과 현실 감안한 핵 정책=오바마는 5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방어 차원이라도 핵무기 사용 조건을 크게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NYT는 이에 대해 “NPT를 준수하는 핵무기 비(非)보유국의 경우 미국에 생화학무기나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더라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사상 처음으로 오바마가 약속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적대국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생화학무기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핵무기 선제 공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오바마는 “새로운 핵 정책 목표는 어떤 경우에 핵무기를 사용할지 모호함을 없애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NYT는 “오바마가 러시아나 중국 등 전통적 강대국보다 불량국가와 테러조직이 더 큰 위협이 된 새 시대에 맞춰 핵 정책을 변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북한·이란처럼 NPT를 탈퇴하거나 위반한 국외자(outlier)에 대해선 예외를 둘 것”이라고 다짐했다. “북한이 시리아의 원자로 건설을 도와줬는데도 미국이 제대로 제재를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 같은 위협은 미국 안보에 대한 가장 심각한 도전”이라며 “그런 활동을 하는 나라는 핵 공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NPR 발표=오바마는 6일 미국의 새 핵 정책을 담은 ‘핵태세검토보고서’(NPR)를 발표했다. NPR은 미 행정부 출범 첫해에 발표하는 핵 관련 종합 보고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5∼10년간 미국의 핵무기 정책과 예산 등이 짜인다. 미국은 8일 러시아와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후속협정 조인, 12~13일 워싱턴 핵 안보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있다. 오바마는 “미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보유할 것”이라며 “핵무기에 대한 강조를 줄여나가고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 재래식 무기의 효과적 억지력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 담아=이번 NPR은 빌 클린턴 행정부(1994년),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년)에 이어 냉전 종식 후 세 번째로 작성된 것이다. 오바마의 ‘핵무기 없는 세상’ 비전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엔 ▶미국 핵무기의 역할과 목적 ▶핵탄두 및 운반수단의 적정한 숫자와 종류 ▶미국 핵무기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과 시설 ▶다른 국가 및 테러리스트에 대한 핵무기와 기술 확산 방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발표를 앞두고 새로운 핵 정책에 대한 관심은 핵 감축뿐 아니라 미국이 핵 보유 목적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도 모아졌다. 다른 나라의 핵무기 사용 억제를 미국의 유일한 핵무기 보유 목적으로 선언하면 핵무기 보유 역할이 제한돼 핵무기 수가 자연스레 줄어들 것으로 오바마 행정부는 파악했다.

NPR은 당초 2월 초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보고서 내용을 둘러싼 정부 내 논란으로 발표가 늦춰졌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NPR을 만들기 위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30번 소집된 것을 포함해 150차례 이상의 회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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