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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가정 깨는 불륜, 이젠 돈으로 보복한다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A씨(40·여)는 2007년 초 인터넷 사진 동아리에서 회사원 B씨(49)를 만나 불륜에 빠졌다. 두 사람의 은밀한 만남이 남편에게 발각된 것은 둘이 지방으로 여행을 다녀온 직후였다. 늦은 밤 잠든 아내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오자 이상하게 여긴 남편 C씨(45)는 휴대전화를 열어봤고 두 사람의 여행 사진을 발견했다. 남편의 추궁에 A씨는 “인터넷 모임에서 탈퇴하고, 애들 뒷바라지에 전념하겠다”는 각서까지 썼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A씨는 가출했고 남편 C씨는 스트레스로 탈모 증세까지 보였다. 결국 C씨는 A씨와 이혼했다.



‘종이호랑이’ 간통죄 대신 손배소 제기 새 트렌드

하지만 C씨는 ‘아내의 남자’인 B씨에 대한 원한이 풀리지 않았다. 그는 2008년 7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지난 1월 서울가정법원은 “B씨가 이혼소송 진행 중에도 A씨와 동거하며 재결합을 방해하는 등 10여 년간 지속되던 혼인관계를 파탄 낸 점이 인정된다”며 “C씨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종이호랑이’가 돼가고 있는 간통죄의 빈자리를 손해배상 소송이 채우고 있다. 불륜 상대방에 대해 정신적 피해에 따른 위자료를 달라는 청구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외도 관련 손해배상 판결은 2007년엔 5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8년 9건, 지난해에는 30건으로 늘었다. 올 들어 3개월 사이에 7건이 선고됐다.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은 가정법원이나 지방법원 가사부에서 진행된다. 배우자에 대해선 이혼재판과 함께 이뤄지지만 그 상대방은 별도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



불륜 관련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의 사례를 재연한 것.
이 같은 현상은 간통죄가 형벌로서의 기능을 점차 잃고 있기 때문이다. 간통죄는 2008년 10월 헌법재판소에서 가까스로 합헌 결정을 받았다. 위헌 의견이 5명으로 합헌 의견(4명)보다 많았지만 위헌 정족수엔 못 미쳤다.



지난해 간통죄로 재판을 받은 1157명 중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34명(2.93%)에 그쳤다. 2년 전(2007년)엔 실형선고 비율이 4.13%였다. 이에 따라 간통죄로 고소해서는 배우자와 부정행위를 한 상대방에게 실질적인 ‘복수’를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또 간통죄 고소의 경우 성관계 장면을 잡아야 하는 등 증거 확보가 어렵다. 반면 손해배상 소송은 배우자 등이 육체적 관계가 없는 ‘플라토닉 러브’라고 주장하더라도 혼인 파탄에 영향을 줬다면 청구할 수 있다. 성관계를 가졌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때도 배우자가 다른 이성과 ▶연인 간에 할 법한 행동을 하거나 ▶함께 여행을 가거나 ▶외박을 했다는 정황 증거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주부 D씨(45)가 그런 경우였다. 외박이 잦던 남편이 동업을 하는 여성과 가게 근처에서 동거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지만 남편은 “각방을 쓴다”고 변명했다. D씨가 상대 여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남편은 “아무 사이도 아니다”라고 발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부정행위를 해 정신적 피해를 준 사실이 인정된다”며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가정법원 김윤정 공보판사는 “실제로 ‘성관계’가 있었는지를 따지는 간통죄와 달리 보다 폭넓은 개념인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 남편 내놔라” 하던 사람도 법정선 “그런 적 없다”=지난달 KBS2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선 유부남인 초등학교 동창에게 “널 내 사람으로 만들고 말 거야!”라는 대사를 던진 태현희(김애란)가 화제였다. 하지만 법정에서 불륜 상대방은 “그런 적 없다”며 발뺌하기 바쁘다. 이유는 3000만~5000만원에 달하는 배상액 때문이다. 법원은 ▶혼인관계가 깨진 데 영향을 미친 정도 ▶외도 기간 ▶외도 적발 이후 지속 여부 등을 감안해 배상액을 정한다. 서울가정법원 이선미 판사는 “배우자를 가정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재판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돼 결국 이혼하게 된다”며 “가정을 지키길 원한다면 소송에 앞서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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