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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재판소장까지 비판한 ‘현대판 원님 재판’

“네 죄를 네가 알렸다!” 동헌 마당 형틀에 묶인 ‘피고’가 무죄를 항변하지만, 매 앞에 장사 없다. 곤장을 치며 있는 죄 없는 죄를 모두 까발린다. 유·무죄의 판단과 형량도 사또 마음이다. 이런 것이 옛날의 ‘원님 재판’이다. 엊그제 서울대 특별 강연에서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이 ‘현대판 원님 재판’을 거론했다. 이념적·정치적 편향성에 물든 재판을 빗대어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헌재소장은 이날 ‘법관의 양심’을 정의했다. 개인이 아닌 직업적 양심이라 했다. 개인적인 가치관, 정치관, 종교관을 배제하고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헌법과 법률의 법리에 따라 심판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일부 법관들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한 헌법 조항을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들먹이며 ‘독단적인 판결’을 하는 데 대해 ‘헌법’의 보루로서 준열하게 꾸짖은 것이다.

특히 국민을 법적 실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것은 ‘튀는 판결’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법학자나 법학교수는 진리 탐구를 위해 자유롭게 사색하고, 상상하며, 주장할 수 있지만 법관은 ‘공권력을 등에 업고 구체적인 사건을 공정하게 심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은 검증된 법리에 따라 예측 가능하면서,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3심제를 들먹이며 ‘판결에 납득할 수 없으면 항소하면 되지 않으냐’는 식의 자유심증(自由心證)에 따른 재판을 경계한 것이다.

사법부의 개혁은 국민적 요청이다. 목표는 ‘공정한 재판’이다. 대법원도 개선안을 내놓고, 정당들도 개혁안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정작 바람직한 대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거나 고민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기득권 보호나 영향력 확대 차원의 미봉책들 뿐이다. 법원 내 사조직도 여전히 건재하다. 대법원장에 이어 헌재소장까지 나서 ‘말씀’만 하면 뭐하나. 사회를 뒤흔든 사법 사태 이후 결과적으로 말만 무성했을 뿐 해결책은 지지부진인 상황이 아닌가. 판결은 말로 하지만, 사법부의 신뢰 회복은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빠를수록 좋다. 국민들은 법원과 국회를 말 없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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