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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군사기밀 유출은 또 다른 안보 위험으로 직결된다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2500여 년 전 손자(孫子)가 한 말이다. 정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한 내용이다. 이 기초 상식이 천안함 침몰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깡그리 무시됐다. 천안함의 수정된 작전 내용, 북한 잠수함 정보 수집 방법 등 핵심 군사기밀이 북한에 노출된 것이다.



이런 지경에까지 온 1차적 책임은 정부와 군이 중심을 못 잡은 데 있다. 사태 초기부터 어설픈 대응과 과도한 보안으로 국민의 불신을 사자 이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그동안 기밀로 간주했던 사안도 공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방법이 문제였다. 천안함 침몰 과정을 찍은 열상감시장비(TOD) 공개가 단적인 예다. TOD의 성능과 우리 군의 운용 능력은 군 정보 당국이 끝까지 공개하길 꺼린 내용이다. 야간에 북한군과 간첩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데 그만큼 유용한 수단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편집해 공개한 내용에 대해서도 여론의 비판이 지속되자 결국 TOD 영상 전체를 공개했다. 청와대와 국방부가 긴밀한 협조하에 ‘어디까지는 공개한다’는 데 대한 확고한 결심 없이 그저 우왕좌왕했던 것이다. 공개 못하는 이유를 당당하게 개진할 용기도 없었던 것이다. 정부와 군은 이번 유출 과정을 면밀히 재조사,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렇다고 다시 ‘기밀주의’에 빠진다면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상황에 맞춰 공개할 내용과 절대 공개해선 안 될 내용을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 비밀 유출 과정에서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이 보인 태도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그는 군으로부터 들은 사건 당일 북한 잠수함의 동태에 관한 자세한 정보 등 기밀을 공개했다. 특히 “북한 잠수함 1대는 비파곶 인근에서 북측 기지와 교신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다른 1대의 행방은 알 수 없다”는 지극히 민감한 정보까지 밝혔다. 한·미 정보 당국이 연간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투입하면서 수집하는 이른바 ‘신호정보’(SIGINT) 내용도 드러나게 된 것이다. 군이 ‘보안’을 당부하면서 전해준 비밀 내용을 서슴지 않고 공개한다면 대한민국 국회국방위원장으로서의 의무는 포기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이제 북한은 우리의 정보수집 내용과 군사작전 내용을 비교적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의 정보 수집체계를 무력화하고 대응 작전을 수립할 것이다. 앞으로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대북 수집 정보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일이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정보 수집체계를 재정비하기까지, 또 작전을 수정해 실행할 수 있게 되기까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천안함 사태는 초유의 안보 위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와 군은 물론 국회·국민 모두가 진중하면서 힘을 모아야 한다. 비밀 유출을 방지하는 것이 첫 번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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