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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만날 때

권력 투쟁의 역사는 인간 잔혹사와 궤를 같이한다. 스탈린의 피의 숙청사도 잔혹 무비지만 조선 왕조의 숱한 사화(士禍) 또한 그에 뒤지지 않는다. 그중 잔혹 극치가 사도세자 뒤주 살해 사건이다. 아버지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 속에 8일간 가둬 굶어 죽게 한 사건이다.

흔히들 권력은 비정한 법, 부자간에도 용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권력이란 게 뭐기에 부자간을 갈라놓고 그것도 모자라 좁은 뒤주 속에서 굶어 죽는 일까지 벌어지는가. 상식적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실제로 일어났으니 역사 드라마의 단골 메뉴가 되었고 사가들의 해석도 분분하다. 이 중 이덕일의 ‘사도세자의 고백’은 사도세자의 묘비명을 새롭게 쓴다는 각오로 쓴 역저다. 이 사건은 노론과 소론, 왕권과 신권의 필사적 대결에서 벌어진 어쩔 수 없는 권력 충돌이었고 사도세자는 노론이 꾸민 정치적 음모에 의해 정신병자 또는 광인으로 낙인찍혀 희생됐다는 주장이다.

요즘 식으로 표현한다면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충돌이다. 살아 있는 임금의 현재권력과 곧 임금이 될 세자의 미래권력이 뒤엉킨 것이다. 새 권력의 등장에 불안을 느낀 노론 집권세력이 세자의 쿠데타설을 임금에게 고변해 미래권력을 잠재운 사건이다. 산 권력이 얼마나 무섭고 모질었으면 세자의 장인도, 아내 혜경궁 홍씨마저 뒤주 속의 죽은 권력, 세자를 외면할 수밖에 없었을까. 뒤주 속에 갇힌 세자의 울분에 찬 포효는 여드레 동안 궁궐 속을 맴돌았을 것이다.

왕조시대의 권력과 민주시대의 권력 속성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고금동서를 통해 변치 않는 사실은 권력이 양분되어 싸울 때 그 결말은 너무나 허망하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양분되어 대결할 때 그 결말은 더욱 참담하다. 사도세자의 비극을 딛고 일어선 정조는 20여 년간 고심참담 개혁정치를 서둘렀지만 그의 죽음과 동시에 나라는 기울고 사후 100여 년 만에 국권을 상실하는 망국의 사태로 이어진다.

현재권력이라면 이명박 대통령, 미래권력의 대표 주자라면 박근혜 전 대표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두 권력이 지금 결코 화해롭지 못하다는 사실 또한 누구나 알고 있다. 화해롭지 못하다면 그래도 좋다. 그 수준을 넘어서 조만간 대결구도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험한 상황이 각일각 다가오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에서 표결 처리하는 상황이 올 때, 현재권력인 친이세력과 미래권력인 친박세력은 어떤 모습으로 대치할 것인가. 6·2 지방선거에서 서로 물밑 계산을 하면서 동상이몽을 꿈꾸다 참패했을 때 닥칠 레임덕 현상을 어쩔 것인가. 이런 일이야 정권 담당자들의 몫이니 그냥 두자. 천안함 침몰사건에서 보듯 우리는 적과 전쟁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다. 과연 국가 위기 상황에 우리는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있는가. 막강 군사력 어쩌고 자랑하지만 젊은 수병들의 안타까운 떼죽음에 한심한 대응 수준 아닌가.

지금까진 그런대로 먹고 살아왔다. 100년 앞을 내다보며 국가의 성장 동력이 무엇이어야 할지, 통일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인구는 줄어들고 노인만 늘어가는 이 사회를 어떻게 고칠 것인가. 서서히 판도가 바뀌어 가는 세계 질서 그리고 아시아의 지각 변동 속에서 우리가 서야 할 좌표는 어디인가. 국민과 나라의 생사존망이 달린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당사자들이 바로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다. 이들이 양분되고 반목하며 대결한다면 국민이 등을 돌리고 나라가 뒤집힌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두 손 잡고 마주해 ‘국가백년기획위원회’를 조직, 새 시대에 맞는 부국강병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이른 시일 내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 세종시 문제, 천안함 침몰 사태에서 국가 성장 동력 사업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문제를 성실하게 논의하길 당부한다. 영조가 52년간 장기 집권을 하니 아들 사도세자는 28세 장년이 되도록 기약 없는 미래권력으로 남아 있었다. 이러니 불화와 반목이 생긴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는 고작 5년, 그것도 반환점에 가깝다. 현재권력 홀로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긴 어렵다. 미래권력의 선두주자가 앞장서 현재권력과 협력하고 동참해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이를 거부하는 미래권력이라면 그들에겐 미래가 없다.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아름다운 화합만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

권영빈 경기문화재단 대표·전 중앙일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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