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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 기자의 스타일 발전소] 밀리터리룩

계절이 피고지는 틈 사이로 패션도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옷을 바꿔 입고 명멸한다. ‘올 시즌 트렌드’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줄기만도 여러 갈래다. 그래도 우리는 바로 ‘지금’을 산다. 트렌드를 잘 따르는 일도 그 ‘지금’을 향유하며 사는 ‘삶의 태도’라 믿는다. 그렇다고 허겁지겁 유행을 쫓아가는 건 너무 각박한 일, 트렌드에 나의 감각을 잘 버무려 내멋대로 즐기면 될 일이다. 시즌의 핫 트렌드 한 줄기를 잡아 ‘내멋대로’ 꾸며본 스타일을 제안한다. 

진주 생각
“밀리터리 패션도 사랑스럽고 로맨틱해야 한다
핑크색과 러플을 매치해 그 해답을 찾았다”



1 카무플라주 프린트 트레이닝복에 핫핑크 톱과 슈즈를 매치했다. 결과는? ‘환상의 짝궁’이다.
‘길거리 밀리터리룩’을 진심으로 체화했던 사람들은 어쩌면 ‘복학생’들이다. 짬뽕 국물이 흘러도 말짱하던 카무플라주 프린트, 각종 복사물과 필기구가 꽂혀 있던 유틸리티 포켓에 대한 기억은 십수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그들은 꾸깃꾸깃한 ‘국방색’ 점퍼를 아무렇게나 걸치고 ‘짝발’을 짚은 채, 쓸쓸한 자세로 담배를 피웠다. 교수님과 신입생 사이를 파고들며 예의와 무례를 한 끗 차이로 오갔다. 곰삭은 표정과 어휘에선 인생을 달관한 듯한 초연함이 엿보였지만, 시험장에선 끝까지 남아 긴 답안지를 써내려 갔다. 이른바 ‘무심한 듯 시크한 멋’을 온몸으로 구현했던 ‘오빠라 불리고팠던 사나이’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자. 우리는 모두 군인을 좋아한다. 그렇게 충실하고 진지한 남자들은 흔치 않다.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도 재미있다. 부하의 군복에 단추를 달아줬다는 무명 장교와 어느 부대에나 있는 못 말리는 ‘고문관’들은 한 번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전투와 전쟁 이야기는 그 어떤 휴먼 드라마보다 감동적이다. 동료를 구하려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와 그를 보내며 UDT가를 부르던 진짜 남자들을 보며 저절로 눈물이 쏟아졌다. 그렇다. 이 글은 날마다 ‘스타일 전쟁’이 벌어지는 ‘패션월드’에 이제 막 발끝을 들여놓은 한 여자가 쓰는, 내 식대로의 헌사다.

영웅적 이미지의 귀환

원래 밀리터리룩은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던 1940년대 여성들이 ‘반전’의 의미로 입었던 스타일이다. 남자들을 빨아들이는 전쟁에 대항하기 위해, 혹은 장렬히 산화한 영웅들을 기념하기 위해 여자들이 기꺼이 군복을 입었던 아이러니. 최초의 밀리터리룩은 각진 재킷에 짧은 스커트를 매치한 도발적인 것이었다. 이후 이브 생 로랑, 티에리 뮈글러, 지아니 베르사체 등이 견장과 금단추 등을 가미해 밀리터리룩을 발전시켰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 번영기가 찾아오자 밀리터리는 ‘한물간 유행’ 이 됐다. 그러나 어느새 풍요의 와중에 위기가 일상화됐다. 마침내 밀리터리가 돌아왔다. 그것도 거대한 유행을 타고. 진원지는 발맹이다. 발맹이 하면 무조건 따라하는 ‘발매니어’까지 거느린 패션계의 수퍼스타가 밀리터리를 선택했다. 어깨에 견장과 술이 주렁주렁 달린 재킷, 금속성을 극대화한 금색 미니 드레스…. 그 밖에도 수많은 디자이너가 제 멋대로 밀리터리를 해석했다. 천재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는 군복 재킷에 공작새 같은 러플 미니스커트를 짝 지우고 가느다란 벨트로 허리를 졸라맸다. 발레리나처럼 틀어 올린 머리는 진주가 달린 슈슈(주름 머리끈)로 장식했다. 루이뷔통 쇼에는 카무플라주 슬립 드레스에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재킷이 등장했다. 가방에는 핫핑크로 염색한 여우 꼬리 장식을 달았다. 클로에의 카키색 판초와 니트 워머, 장 폴 고티에의 배꼽이 드러나는 탱크톱과 레이스업 군화, 버버리 프로섬의 셔링 트렌치코트, 겐조의 구슬이 레이스처럼 늘어진 시스루 톱, 셀린의 도회적인 재킷까지 수많은 변주가 밀리터리 매니어를 흐뭇하게 했다. 드디어 감각과 취향을 의심받지 않고 밀리터리를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 유틸리티를 응용한 회색 미니조끼에 러플 블라우스를 받쳐 입었다. 베이비핑크로 톤을 맞춰 균형을 잡았다. 3 카키색 방탄 점퍼 스타일에 보라색 스커트를 짝 지웠다. 총알 목걸이와 탄창 벨트로 밀리터리룩을 완성했다. 4 검은색 장교 재킷에 견장 브로치를 달았다. 유틸리티 포켓이 달린 데님 바지와 레이스업 슈즈도 잘 어울린다. 5 견장 달린 트렌치 코트라는 고전적 겉옷의 속으로 아슬아슬한 시스루 그물망 톱이 보인다. 배꼽 피어싱이 은밀한 포인트다.
사랑에 빠진 밀리터리룩

애초에 밀리터리룩을 만든 건 남자들을 지키기 위한 여자들의 사랑이었다. 게다가 올봄 밀리터리는 부드럽고 느슨해졌다. ‘사랑스러운 밀리터리룩’을 실험해볼 기회다.

핫핑크와 레이스가 카무플라주를 만나면? 결과는 놀랍도록 어울린다. 소녀스러운 트레이닝복의 대표주자 쥬시꾸뛰르는 짤막한 소매와 밑단으로 카무플라주를 무겁지 않게 소화했다. 여기에 레이스가 달린 핫핑크 톱과 바비인형의 핑크 슈즈를 곁들이면 동네 구멍가게에 갈 때조차 ‘화보’가 된다.

올봄엔 카키색 점퍼가 가죽 라이더 재킷의 독주를 밀어낼 기세다. 이 점퍼에 분홍색이나 보라색 미니스커트를 입어보자. 마크 제이콥스의 스타일링을 변용해 발레리나 같은 샤 스커트를 곁들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총알이 달린 목걸이와 탄창 모양의 벨트, 금색의 전자시계를 더하면 ‘10점 만점에 10점’이다.

어깨에 견장이 달린 트렌치 코트나 재킷은 오피스룩으로도 손색없다. 유틸리티 포켓을 단 데님 바지에 낡은 느낌의 화이트 셔츠를 받쳐 입으면 힘들이지 않고 스타일링 감각을 뽐낼 수 있다. 훈장 모티프의 브로치와 사슬 팔찌는 덤이다. 과감해도 좋은 자리라면 아슬아슬한 시스루나 란제리 톱을 입어본다.

또 너풀너풀한 흰색 러플 블라우스에 톤다운된 밀리터리 회색 유틸리티 조끼를 매치했다면, 신발과 액세서리는 핑크가 답이다. 다만 핫핑크 대신 연한 베이비핑크로 톤을 맞춘다. 사파리를 연상시키는 애니멀 모티프를 톱이나 스카프 정도로 활용해도 좋다. 클로에를 응용해 여성스러운 색깔의 워머를 신으면 유치하지 않은 포인트가 된다.


글=이진주,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촬영협조 모델=김희은(2000년 슈퍼모델 1위)
의상·액세서리 알베르타 페레티, 띠어리,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보브, 카이 아크만, 지컷, 온앤온, 쥬시꾸뛰르, 자딕 앤 볼테르, 스티브 매든, 탱커스, 바비, 폴리폴리, 닉슨 by 갤러리 어클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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