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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불신 비용’ 너무 크다

“불신의 증폭이다.”



국방부 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5일 천안함 침몰 이후 사회 분위기를 이같이 진단했다. 그러면서 “군이 기밀이거나 사안과 관련이 없어 공개하지 않는 사항을 두고 일부 국민은 ‘뭔가 숨기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더 내놓으면 ‘또 숨긴 게 있지 않느냐’고 따지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천안함 사건은 침몰됐다는 사실 외엔 아직 불투명한 게 너무 많다. 작전 중이던 전함이 서해 바다에 가라앉은, 안보 위기 상황이지만 사고 원인조차 가리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의심받고 있으나 정황 증거는 부족하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남북한만의 문제도 아니다. 김 의원은 “동북아의 군사력 배치와 운용, 균형 유지 등이 얽히고설킨 복잡 함수”라고 규정했다. 실종자 구조와 진상 규명 작업을 하고 있는 정부와 군은 이미 불신받고 있다. “한국인들이 국가를 영화 속 ‘괴물’로 여긴다”(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고 외신이 보도할 정도다. 유언비어와 음모론이 난무하고, 정치권은 갈라져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앙대 장훈(정치학) 교수는 “겨울올림픽을 보며 우리가 선진국 문턱까지 갔다고 느꼈을 텐데 이번 사태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①투명성 논란=불신을 먼저 초래한 건 정부와 군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 “투명하게 다 공개하라”고 말했지만 현장에선 이행되지 않았다. 열상감시장비(TOD) 영상 공개 논란이 대표적이다. 군은 처음에 안 된다고 했다가 1분20초 분량만 공개했고, 쏟아지는 비판에 뒤늦게 40여 분 분량을 공개했다. 이러는 사이 의혹은 증폭될 대로 증폭됐다. 청와대와 군의 메시지도 혼란스러웠다. 청와대는 “북한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없다”는 쪽에, 군은 “북한 소행이 아니란 증거 역시 없다”는 뉘앙스였다.



②전문가보다 여론이 우선=서해는 다른 바다와 다르다. 1895년 영국 순양함이 서해 바다에서 침몰했고, 2004년 세계적 다이버가 실종된 일도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양준용 연구원은 “동해의 조차(潮差)는 수㎝지만 인천에선 8m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군에선 침몰 사건 초기부터 “서해에서 구조작업은 목숨을 건 일”이라고 말했다. 여론은 그러나 한주호 준위가 숨지기 전까지 이 사실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전문가의 영역도 부정된 셈이다.



③정치 공세만 난무=정치권에선 정파적 공방만 무성하다. 한나라당에선 북한 관련성을 예단하는 주장이 나오고, 민주당에선 북한 관련성보다는 다른 원인을 꼽는 주장이 대세다. 야당은 사고 수습에 전념해야 할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의 해임도 요구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불신의 대가는 크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서 북한 잠수정 2척의 기동 사실과 함께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 잠수함 기지를 하루 두세 차례 위성사진으로 촬영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감한 대북 첩보가 고스란히 노출된 셈이다. 그것도 모자라 대한민국 해군의 작전상황 등이 담긴 교신록 공개까지 도마에 올라 있다. 여론의 불신을 무마하기 위한 대가 치곤 너무 크다.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은 “이제는 냉정을 되찾고 차분히 기다릴 때”라고 조언한다.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9·11 때 미국은 알카에다의 소행이란 걸 초기에 알았다”며 “그런데도 정부와 의회 차원에서 진상을 규명하는 데 3년여 걸렸고 국가적으로 이를 기다려줬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호기(사회학) 교수도 “다각적 조사를 통해 장기적으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 정부뿐 아니라 사회 각 주체들의 위기 관리 시스템이 제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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