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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두 달밖에 안 남았는데 … 남아공 다시 ‘흑백 충돌’ 조짐

3일 피살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우월주의 지도자 유진 테르블랑슈가 1994년 4월 한 군중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그는 당시 백인정권의 인종차별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흑인들에 대해 갖가지 테러를 자행했다. [로이터=뉴시스]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최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흑백 인종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도화선은 백인 인종주의 지도자 유진 테르블랑슈(69)의 피살이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테르블랑슈는 3일(현지시간) 노스웨스트주 벤테르스도르프에 위치한 자신의 농장에서 21세와 15세 흑인 일꾼들에게 살해됐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임금 체불에 불만을 품고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테르블랑슈는 6명의 백인과 함께 1973년 백인 우월주의 조직인 ‘아프리카너(네덜란드계 토착 백인) 저항운동’(AWB)을 창설했다. 이후 80년대 ‘백인만을 위한 국가 건설’을 주창하면서 극우파의 거물로 자리 잡았다. 백인 정권하에서 여러 차례 흑인 테러를 주도했다. 2001년엔 흑인 주유소 경비원 살해 미수 혐의로 체포돼 3년간 복역했다. 하지만 출소 후인 2008년에도 AWB 재건을 선언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테르블랑슈의 죽음에 대해 AWB의 앙드레 비사기 사무총장은 4일 현지 통신사 사파(SAPA)와의 인터뷰에서 “백인에 대한 흑인의 선전포고”라며 복수를 다짐했다. 그는 현재 남아공은 “살육의 땅”이라며 월드컵 본선 진출국들이 대회 참가를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자국 대표팀 보호를 위한 충분한 안전장치가 없다면 팀을 파견해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집권여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측은 “AWB가 흑인만이 아닌 남아공 국민 모두의 축제를 앞두고 경솔한 주장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 FIFA와 남아공축구협회(SAFA)는 AWB의 발표에 대해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신들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테르블랑슈를 일종의 순교자로 내세운다면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흑인들은 테르블랑슈 살해에 대해 그의 흑인 상대 테러 전력을 지적하며 ‘인과응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시한 뒤 “어떤 선동에도 휩쓸리지 말라”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이 와중에 ANC의 줄리우스 말레마 청년 조직 대표가 최근 집회에서 과거 백인정권 시절 ANC의 투쟁가인 ‘보어(백인)를 죽여라’를 불러 갈등을 부추겼다. 법원이 이 노래를 더 이상 부르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말레마는 불응할 태세다.



남아공은 94년 넬슨 만델라가 주도한 흑백연합정권이 출범하며 반세기 동안 계속되던 백인들의 인종차별정책(apartheid)이 철폐됐다. 하지만 인종주의의 앙금은 여전히 남아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2008년 백인 대학생들이 대학 기숙사의 흑인 청소부들을 무릎 꿇린 뒤 오줌이 섞인 음식을 먹이는 동영상이 유포돼 흑인들의 강한 반발을 샀다. 지난해 9월엔 한 백인 청년이 “남아공 정부가 흑인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줄 능력도 의사도 없다”며 캐나다에 난민 신청서를 제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열악한 생활환경에 처한 흑인들의 불만도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와 요하네스버그 등 대도시에선 타운십(흑인 집단거주지역) 흑인 주민들의 시위가 일상화되고 있다. 이들은 전기와 수도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타운십 주민들과의 협상에 나서는 한편 월드컵 기간엔 군을 투입해 치안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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