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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장 신 풍속[上] 자기주도전형이 뭐길래


요즘 초·중 교육계는 폭풍전야다. 올해 고입에 입학사정관전형(자기주도학습전형)이 도입되면서 학생·학부모들은 방향 키를 어디로 돌려야 할지 고민에 휩싸였다. ‘~카더라’ ‘~라면’식의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가운데 학원의 상담 창구를 찾아 다니며 불안을 달래는 학부모도 많다. 학원가도 체질 변화를 모색하며 학생 잡기에 매달리고 있다. 중앙일보 MY STUDY는 특별취재팀을 구성, 교육특구로 불리는 강남·분당·목동 지역의 급변하는 교육 현장을 추적해 2회에 걸쳐 연재한다.

경시대비반에서 내신대비반으로

지난달 26일 오후 4시 대치동 B과학학원. 학교 수업을 마친 중학생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소형 학원이지만 수업을 기다리는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과학실험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지난 겨울에 시작된 이 수업은 과학고·영재고 입시대비 프로그램이다. 1인 1기구, 6명 정원으로 구성해 학년 구분 없는 통합과학 심화이론을 가르친다. 수업은 토론과 실험으로 진행된다. 과학·영재고 진학에 필요한 과학탐구대회·입시면접(과학캠프)·서술형문제(내신)·개인연구실적을 갖춰준다고 한다.

조진혁(가명·14·중2)군은 “포트폴리오와 내신을 준비하러 왔다”며 “개인 연구는 기간이 많이 걸려 관리해주는 학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군은 해마다 바뀌는 입시정책에 지친듯 무덤덤한 표정이다. 자녀를 마중나온 이윤정(가명·45·서울 역삼동)씨는 “3년 동안 준비한 경시대회와 영재교육원 이력이 배제돼 물거품이 됐다”며 “입시를 앞에 두고 포트폴리오까지 챙겨야 해 부담이 배로 늘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치동의 또 다른 O과학학원. 발명 창작을 가르치는 이 곳은 한산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문턱이 닳을 정도로 학생들이 늘었다. “아이의 스펙을 만들어 달라”는 학부모들의 상담문의도 끊이질 않는다. 과학캠프(실험설계·발명아이디어 능력 평가)로 뽑겠다는 과학고 전형안이 발표되면서부터다.

이 학원 관계자는 “겨울방학 땐 부산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4~5월에 있을 과학·정보통신·발명의 날 관련 교내·외 시험과 행사·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게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설경시대회를 대신할 학교·정부부처 등 공공기관의 경진대회라도 챙기기 위해서다.

과학고를 준비하는 중2 자녀를 둔 김현정(가명·44·서울 목동)씨는 “합격보장 티켓이었던 올림피아드 수상실적이 쓸모 없게 됐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경시대비반에서 내신대비반으로 학원을 바꿨죠. 학습활동 이력을 만들려고 카이스트 사이버영재교육원과 부산대 화학탐구 프로젝트를 수강 중입니다.” 김씨는 여름방학엔 아이를 서울 유명 대학들의 화학·생물캠프에도 참가시킬 계획이다. 그는 “발명특허 경력을 만들려고 월 300여 만원을 주고 변리사에게 개인 과외를 맡기는 부모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특목고 열망 여전 … 조기유학 수요는 늘어

외고·국제고를 준비하던 수험생·학부모들도 난감해 하긴 마찬가지다. 면접과 영어내신만으로 뽑겠다는 발표 때문에 입학고사와 경시대회에 치중하던 수험생들은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특히 조기유학생들의 불만이 컸다.

대치 J어학원 내신대비반에 다니기 시작했다는 신현석(가명·중3)군은 “실용 영어와 시험용 영어는 다르다”며 “닭 쫓다 지붕 쳐다보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미순(45·경기 분당)씨는 “최근 주변에서 대형 영어학원에 다니면서도 내신 준비 때문에 별도로 영어 과외 수업을 듣거나 소수 정예학원을 병행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학교 공부에 치중하던 상위권 학생들은 외고 진학의 기대가 커졌다. 유지현(42·서울 목동)씨는 “피겨스케이트 선수로 진로를 정했던 딸이 생각이 변해 꿈을 포기했는데, 입시가 바뀌어 외고 진학의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그간의 내신성적만 유지하면 될 것 같아요. 독서능력평가(면접) 준비만 필요해 학원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이런 수요 때문에 독서능력을 가르치는 전문학원들이 들어서고 있고, 기존 입시학원들도 독서관련 프로그램을 추가 개설하고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내신관리에 집중하면서도 전형에서 배제된 경시대회에 여전히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분당청솔학원 이석 교무실장은 “성적이 비슷한 특목고 응시생들을 선별하려면 면접·서류과정에서 어떻게든 수상실적을 참고하지 않겠느냐는 기대심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어 “향후 대입 전형자료로 쓸 수 있다는 생각도 한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특목고 입시 학원가의 상담 문의는 줄었지만 유학업체의 상담 문의는 증가했다. 유학닷컴 권혁범 과장은 “지난달 조기유학박람회를 찾은 초6~중1 수요가 15% 이상늘었다”며 “지난해까진 조기 유학생이 국어와 사회가 취약해 내신이 불리했지만, 바뀐 입시에선 영어만 하면 된다는 생각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자기주도학습법 배우러 다시 학원행

학원가도 명암이 엇갈렸다. 사교육을 줄이려고 마련한 특목고 입학사정관전형이 사교육 현장에선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수험생들이 대형 입시학원에서 입시컨설팅 업체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학교유형과 선발전형이 다양해져 컨설팅 의존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상담 내용도 입시 직전 합격전략을 짜던 것에서 3년 이상 장기학습계획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에듀플렉스 대치2점 장미진 원장은 “올 들어 초등5~6학년을 중심으로 수요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험점수 올리기와 친구 따라 진학하던 예년의 경향과 달리, 학습역량 계발과 비교과활동 계획에 관심을 두는 게 달라진 특징”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업체들마다 진단 분야를 학습심리·진로적성·성격유형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학원가는 모두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기존 지식수업에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기르는 프로그램을 연계시킨 상품을 만들어 학생들을 모집 중이다. C입시학원은 진로에 맞춘 입시지도를 위해 컨설팅전담부서까지 신설했다. 김은주(가명·45·서울 대치동)씨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의 정체도 오리무중인데 입시준비는 해야 해 다시 학원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교과 영역을 세분화한 군소 보습학원들도 생겨났다. 수학의 경우 미적분·대수학·통계 등 특정 영역만 가르치는 식이다. 입시 시즌이 아닌데도 군소학원들의 입시설명회나 특강이 늘어난 것도 변화다. 이 학원들의 게시판에는 매주 토·월요일에 열리는 정원 15명 안팎의 미니 입시설명회 일정을 알리는 메모가 가득하다.

JLS어학원 문상은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입시상담이 일대일 개별맞춤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교과수업을 줄이고 자기소개서·학업계획서 첨삭, 진학진로 설계상담 위주로 비중이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입학사정관전형이 중·고교 입시로 확대되면서 교과 공부도 하고 포트폴리오에 활용할 활동결과물도 챙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1. 페르마에듀의 창의수학능력 진단검사 2. JY어학원의 영어놀이수업 3. 정철어학원주니어의 영어뮤지컬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있는 초·중학생들.

< 특별취재팀=박정식·송보명·정현진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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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