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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믿는 건 오직 수읽기

제7보(63∼72)=흑은 네 군데의 돌이 생사불명이다. 보통 이 지경이 되면 파산이라고 봐야 하지만 지금 바둑은 그렇지 않다. 벌어놓은 재산이 워낙 많은 터라 절반만 살리면 성공이다. 생명의 기운은 희미하다. 그러나 네 군데가 힘을 합치면 달라진다. 네 군데의 흑 돌이 지닌 생명의 불씨, 그것들을 어떻게 연결하느냐. 비상한 수읽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구리 9단은 63으로 가장 약한 귀부터 움직였다. 죽으면 큰 손해인데 65, 67로 거침없이 두어 온다. 천야오예 9단은 깜짝 놀라 정신을 집중한다. 다른 곳은 몰라도 이곳만은 99%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도 수가 있단 말인가. 다행히 68의 수가 있다. ‘참고도1’처럼 일단 흑은 살 수 없다. A로 한 점 살아가는 수가 있어 조금 찝찝하지만 아무튼 죽는다면 흑은 몽땅 보태준 것 아닌가. 구리는 태연한 얼굴이다. 느긋하게 판을 응시하는 품이 ‘이런 데서 수가 없을 리 있나’라고 묻는 듯하다.

69로 쑥 나간다. 귀의 맛 때문에 백은 감히 B쪽으로 두지 못한다. 71 때도 백은 부득이 72로 받아야 했다. ‘참고도2’처럼 된다면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갈 일이지만 흑이 2를 보류하고 흑▲ 한 점부터 살려내면 큰 사고가 나고 만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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