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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 위해 바친 이 목숨~” 보았는가, UDT의 눈물을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이들한테 꼭 보여주고 싶은 분이었습니다.”

지난 2일 고 한주호 준위의 빈소가 마련된 성남 국군수도병원. 주부 양유정(42)씨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조문을 했다. 생전에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국군 아저씨’. 양씨는 “돈 많고, 좋은 대학을 나온 것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아이들이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3일 한 준위의 영결식장에도 이런 행렬이 이어졌다. 한 준위가 사망한 지난달 30일부터 영결식이 열린 3일까지 조문객은 8000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장례식장에는 연일 조문 순서를 기다리는 줄이 생겼다. 지난해 3월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했을 때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한 준위를 향해 국민은 묵념을 올렸다.

빈소를 찾은 김치만(56)씨는 “남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했고, 임정애(45)씨는 “이런 분이 많이 계셔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3일 열린 한 준위의 영결식장은 숭고하고 엄숙했다. 유가족 30여 명과 선후배 장병 1000여 명, 전·현직 UDT 대원들은 그의 일생을 기리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한 준위가 누운 관이 영결식장을 나올 때 그가 생전에 즐겨 불렀던 군가 ‘사나이 UDT’가 터져 나왔다. “나라와 겨레 위해 바친 이 목숨, 믿음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나이, 나가자 저 바다 우리의 낙원.” 구구절절이 한 준위의 일대기였다. UDT 대원들의 눈물이 코를 타고 입으로 흘러들어갔다. 고인은 충무무공훈장을 받았다.

“우리는 사나이다! 강철의 사나이! 나라와 겨레 위해 바친 이 목숨! 믿음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나이!~” 3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고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 도중 한 준위의 운구행렬이 중앙통로 한가운데 잠시 멈춰 섰다. 마지막 길을 가는 ‘UDT 전설’의 영정을 앞에 두고 동료 대원들이 눈물을 흘리며 군가 ‘사나이 UDT’를 부르고 있다. [성남=김경빈 기자]
◆영웅의 귀환=한 준위에 대한 추모 열기를 놓고 전문가들은 “오랜만에 접하게 된 진정한 영웅에 대한 존경심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영웅 부재(不在)’의 한국 사회에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공동체적 영웅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고려대 조대엽(사회학) 교수는 “한 준위는 강재구 소령이나 이인호 소령에 비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소령은 1965년 베트남 파병 전 맹호부대 훈련 도중 부하의 실수로 수류탄이 떨어지자 이를 몸으로 덮어 부하들을 살렸다. 육군사관학교 연병장에 그의 동상이 서 있다. 이 소령은 66년 베트콩의 지하 땅굴을 수색하다 적이 던진 수류탄을 몸으로 덮어 부하들의 목숨을 건지고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 소령의 동상은 해군사관학교 정문에 있다.

조 교수는 “예전에는 어린 학생들이 ‘강재구·이인호 소령처럼 되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돈 많이 버는 사람이 영웅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공동체를 붙잡아 줄 영웅에 대한 갈망은 아직도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한 교수는 “한 준위가 부하들을 위해 목숨을 바침으로써 근래에 보기 드문 공동체적 영웅이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 지도층의 무능함에 대한 반작용이 추모 열기를 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성신여대 채규만(심리학) 교수는 “당장 처리해야 할 시급한 사안이 있어도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인들과 대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의 갈등까지 치달을 수 있는 이번 사건에서 ‘이상적인 국민상(ideal self)’을 대변해 줬다는 게 채 교수의 분석이다. 서강대 전상진(사회학) 교수는 “권력형 엘리트는 많은데 도덕적 엘리트는 없는 우리 사회가 한 준위의 솔선수범, 살신성인에 존경을 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박성우·송지혜·심새롬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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