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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 만장일치 의견 판사들도 존중해야”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이 전원일치로 낸 의견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경우 상급심도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배심원 평결에 대한 항소심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첫 판결로 참여재판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강도상해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은 최모(23)씨에 대해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그 결정의 중요 근거로 배심원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최씨의 강도상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의 판단을 합리적 근거 없이 뒤집음으로써 공판중심주의 등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이 제시하는 의견은 법관의 판단을 돕기 위한 권고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라고 규정한 뒤 “배심원 만장일치 의견으로 내린 무죄 평결이 재판부에 의해 그대로 채택됐다면 항소심에서 명백히 반대되는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 한 한층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최씨는 2008년 8월 여관에서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지려 한 30대 남성을 때리고 290만원 상당의 금 목걸이를 강제로 빼앗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하지만 최씨는 “피해자가 내게 목걸이를 주려고 했지만 여관에 놓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신청으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9명은 전원일치로 “제시된 증거만으로 강도상해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평결했다.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도 강도상해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상해 혐의만 인정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법 형사10부는 강도상해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범행 당시의 정황으로 볼 때 강도상해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1심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은 증거 능력과 경험칙, 논리법칙에 어긋나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청건수 크게 늘고 무죄율도 높아져=국민참여재판은 2008년 도입된 뒤 꾸준히 신청 건수가 늘고 있다. 2008년 233건에서 지난해에는 366건으로 57% 늘었다. 실제 참여재판이 이뤄진 건수도 지난해 95건으로 2008년에 비해 48% 증가했다.

2년간 시행한 결과 배심원 평결 10건 가운데 9건(90.6%)이 재판부 판결 내용과 일치했다. 참여재판의 무죄 선고율은 8.8%로 일반 재판(3%)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참여재판을 진행했던 한 판사는 “배심원들은 공소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에서 내놓는 증거를 판사들보다 까다롭게 보는 편”이라고 전했다.

대법원은 앞으로 참여재판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참여재판이 물증이 부족하고 법리적으로 까다로운 사건으로 확대될 경우 범죄를 저지르고도 무죄를 받는 ‘법정 무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7월 참여재판 대상 사건이 3000만원 이상의 뇌물수수 등으로 확대됐으나 현재 살인·강도 등 강력 사건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진배 기자

◆국민참여재판=만 20세 이상의 시민들이 형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해 유·무죄와 선고 형량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제도. 피고인이 재판부에 참여재판을 신청하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 열리게 된다. 5~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내놓는 의견(평결)은 권고적 효력만 지니기 때문에 재판부가 다르게 판결할 수 있다. 이 경우 재판부는 그 이유를 판결문에 명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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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