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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을 모항으로 … 첫 입항한 크루즈선 레전드호

레전드호 9층 갑판에 있는 야외수영장과(사진 왼쪽) 5층 센트럼(중앙광장)의 화려한 로비(오른쪽). [송봉근 기자]
바다가 보이는 창 옆 책꽂이에는 최인호의 『상도』등 책 200여 권이 빼곡히 꽂혀 있다. 뷔페 식당에는 김치·잡채·김밥·만두·두부가 푸짐하다.

미국 로열캐리비안 인터내셔널(RCI)의 호화 크루즈선인 레전드호는 마치 한국의 특급호텔 같았다. 2일 부산항을 모항(母港)으로 잡고 처음 입항한 레전드호가 언론에 공개됐다. 길이 265m, 폭 32m에 객실 902개를 갖고 있는 레전드호(6만9130t)의 최대 승선인원은 2066명이다.

모항은 새로운 승객이 타고 내리는 크루즈선의 출항과 귀항지를 말한다. 다른 곳에서 탄 승객이 잠시 내리는 기항지와는 다르다. 지금까지 크루즈선사들의 아시아 모항은 싱가포르·상하이·홍콩이었다. 이날 부산항을 떠나 상하이∼나가사키∼가고시마∼후쿠오카를 거쳐 9일 다시 부산항으로 돌아오는 레전드호는 한국 승객을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승무원 765명 가운데 한국인 승무원 20여명이 배치돼 있다. 안내데스크에 근무하는 심현옥(33·여)씨는 “3개월 수습기간을 마치고 올 초 부터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일 발행하는 선상(船上)신문인 ‘CRUISE COMPASS’에는 한국어가 병기돼 있었다.

전체 11층 가운데 1층에 있는 병원에는 의사 2명과 간호사 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간단한 문진만으로도 200달러 이상의 치료비를 내야 한다. 때문에 병원입구에는 25센트만 넣으면 비상약품을 구할 수 있는 자판기가 비치돼 있었다.

4층 900석의 대극장에서는 뮤지컬과 라이브공연이 매일 두 차례 펼쳐진다. 9층 갑판은 수영장(야외·실내), 사우나 등이었다. 야외 수영장에서는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 10층 선미에 있는 암벽등반장에서는 암벽을 해발 60m(배 높이 포함)까지 올라가 바다를 바라보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그 옆에는 9홀짜리 미니 골프장이 있었다. 10층 갑판 가장자리에는 600m짜리 조깅트랙이 나 있었다.

승객 윤명국(62·부산시 암남동)씨는 “이제 패키지 여행은 지겹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가이드 따라 억지 쇼핑하는 것도 신물난다. 크루즈 여행은 자고나면 딴 나라에 와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말했다.

RCI는 올해 부산항을 모항으로 한 크루즈 상품을 19차례 진행한다. 올해 부산항을 찾는 크루즈선 관광객은 15만여명(78회) 으로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다. 지난해 3만4400명(31회)과 비교할 때 4배쯤 늘어났다.

부산시는 크루즈선이 몰려오면 지역경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산시는 크루즈 관광객 2000여명이 부산시내서 쇼핑을 하는 날에는 면세점 2곳의 매출이 5억원대에 이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부산시관광협회 김종규(65)대외협력본부장은 “크루즈 관광객들의 통역지원을 강화하고 다양한 내륙 연계 관광상품을 개발해 지갑을 많이 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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