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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다운증후군 가진‘똑똑한 훈남’ 한 여자 보고 한눈에 반했는데 …

‘미 투’는 다운증후군 장애인으로서 유럽 최초로 학사 학위를 받은 파블로 피네다(왼쪽)의 이야기를 영화화했다. 피네다는 주연으로 출연해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바른손 제공]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받아들인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전혀 다른 문제다. 가령 장애인을 편견 없이 대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장애를 지닌 상대와 결혼 결정을 내리는 데는 머뭇거리게 된다. 아니, 거창하게 장애를 얘기할 것 없다. 나와의 사소한 차이에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를 괴롭히는 게 인간 아닌가. 머리로 아는 것과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는 그만큼 크다. 스페인 영화 ‘미 투’는 그런 내 마음 속 괴리, 혹은 모순을 돌아보게 하는 값진 경험을 선사한다. 그것도 아주 유쾌한 화법으로.

‘미 투’는 지난해 제57회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에 출품됐을 당시 큰 화제가 됐다. 다운증후군 장애를 지닌 주인공 다니엘을 연기해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파블로 피네다(35) 때문이다. 다니엘은 유럽에서 다운증후군 장애인 최초로 학사 학위(특수교육학)를 받는다. 다운증후군이 있으면 보통 지적 장애가 동반되지만, 그는 다르다. 헌신적인 어머니의 노력 덕에 비장애인 이상의 능력을 키우게 된다.

이 영화는 피네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그를 소재로 한 TV 다큐멘터리를 본 두 감독 안토니오 나아로(42)와 알바로 파스토르(38)는 다운증후군과 지적 장애를 다룬 ‘하나 많고, 하나 적은’이라는 단편영화를 제작했던 경험이 있었다. 이들은 스페인 세비야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피네다와 몇 달에 걸친 시나리오 작업을 하면서 “이 사람 말고 다니엘을 연기할 사람은 없다”고 확신, 비직업배우인 그를 주연으로 발탁했다.

다니엘은 사회복지사로 처음 출근한 날 동료 라우라(롤라 두에냐스)에게 반한다. 그때까지 다니엘은 ‘난 남들보다 염색체가 한 개 더 많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자 그 역시 ‘보통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라우라는 분방한 성생활을 즐기는 쿨한 여성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깊은 그늘을 지닌 여자다. 월등한 능력을 지녔지만 외관상 장애가 뚜렷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서 서성대는 ‘경계인’ 남자, 외모는 예쁘고 섹시하지만 내면은 멍든 여자. 다소 도식적이지만 드라마틱한 대립항을 담은 ‘미 투’는 따스하고도 유머 넘치는 화법으로 이들이 함께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을 그려나간다.

영화의 포인트는 다니엘과 라우라의 아기자기한 사랑놀음이다.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해변에서 라우라의 등에 자외선 차단 로션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거나, 거절당한 무안함에 여자를 곁눈으로 째려보거나, 하다못해 콧등을 찡긋거리며 웃는 장면에서도 이 남자는 보는 이의 마음을 대책 없이 무장해제시킨다. “장애인이 연기했다는 이유로 상을 주는 게 아니라 정말 연기를 잘 해서 상을 준다”던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심사위원들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귀띔하자면 영화는 해피엔딩 아닌 해피엔딩이다. 적당히 현실적이면서 적당히 기분 좋은.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묻게 만든다. 나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정말 그런가, 하고.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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