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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33년 만에 인생 멘토와 화해

“바로 이거야!”

1974년 12월 미국 하버드대 수학과 학생이던 빌 게이츠(사진)는 무릎을 쳤다. 전자기기 매니어 사이에서 인기 있었던 잡지 ‘파퓰러 일렉트로닉스’ 75년 신년호 표지사진을 보고 나서다. 신년호는 뉴멕시코주 앨버커키라는 시골도시 벤처기업 MITS가 내놓은 ‘앨테어 8800’이란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를 특집으로 다뤘다.

당시 IBM이 만든 컴퓨터라는 기계는 집채만했다. 국방부나 대학연구소에서 쓸 법한 기계를 개인용으로 만든다는 건 상상을 뛰어넘는 혁신이었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공군 기술자 출신이었던 에드워드 로버츠다. 본래 조립식 로켓을 만들어 팔던 그는 파퓰러 일렉트로닉스의 제안으로 앨테어를 개발했다. 신기술에 목말랐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앨테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자신이 개발한 세계 최초 PC ‘앨테어8800’과 함께 포즈를 취한 로버츠의 1997년 모습. [AP=연합뉴스]
초보적인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며 선배 폴 앨런과 죽이 맞았던 게이츠는 더 멀리 봤다. ‘1인 1PC’ 시대를 예감한 것이다. 두 사람은 베이직이란 컴퓨터 언어와 씨름하며 한 달 만에 앨테어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그리곤 로버츠를 만나기 위해 무작정 앨버커키로 달려갔다. 자신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팔기 위해서였다.

19세 게이츠와 21세 앨런의 젊은 패기에 매료된 로버츠는 선뜻 이들의 소프트웨어를 사줬다. 이에 고무된 게이츠와 앨런은 그 해 아예 하버드대와 잘나가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앨버커키로 옮겨가 창업했다. MITS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던 회사 이름은 마이크로소프트로 지었다. 그런데 로버츠와 게이츠는 둘 다 고집불통이었다. 그러다 보니 불화도 갈수록 잦아졌다. 당시 함께 근무한 직원은 “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하면 불꽃이 튀길 정도였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전했다.

위태롭던 둘의 관계는 77년 로버츠가 MITS를 팔아버리면서 끊어졌다. 게이츠도 79년 앨버커키를 떠나 워싱턴주 벨레브로 회사를 옮겼다. 로버츠는 한 우물을 파지 못했다. 회사를 판 돈으로 농장을 운영하다 의과대학에 진학해 어릴 적 꿈이었던 의사가 됐다. 이와 달리 게이츠는 MS-DOS에 이어 윈도 시리즈로 세계적 기업가가 됐다. 로버츠는 게이츠에게 서운한 마음이 컸다. 오늘날 게이츠가 있도록 키워준 은인에게 소홀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소원했던 관계는 지난해 12월 로버츠가 깊은 병을 얻으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와병 소식을 들은 게이츠가 편지를 보내 안부를 물었다. 결국 로버츠는 1일 조지아주 메이콘의 병원에서 69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게이츠는 병원으로 달려가 인생 멘토의 임종을 지켰다. 로버츠도 눈을 감기 전 게이츠에게 남아있던 마음의 앙금을 모두 씻었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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