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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약시] TV 볼 때 곁눈질하는 아이 ‘그림시력표’로 검사해보세요

초등학교 4학년 이준규(가명·11·서울 도봉구)군은 최근 안경을 맞추러 갔다가 왼쪽 눈의 약시를 발견했다. 시력검사 결과, 오른쪽은 1.0으로 정상이었으나 왼쪽은 0.3으로 크게 낮았다. 안경으로 도수를 조절해도 0.4 정도밖에 좋아지지 않았다. 이군은 “양쪽 눈으로 보는 것보다 오른쪽 눈으로 볼 때가 더 잘 보여 눈을 찡그렸다”며 “하지만 “책을 볼 때 머리가 조금 아픈 것 말고는 불편함이 없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뒤늦게 약시를 발견하고 병원을 찾은 이군은 치료될 수 있을까.

시력이 완성된 후엔 약시 치료 효과 없어

어린이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스스로 알기 힘들다. 책을 가까이 두고 보거나 고개를 기울여 텔레비전을 보면 안과진료를 받는 게 좋다. [뉴시스]
답은 ‘어렵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종복 교수는 “시력은 보통 만 7~8세가 되면 완성되기 때문에 이후의 치료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사람에 따라 대학생 때도 키가 크는 경우가 있으므로 드물게는 12세에도 치료되니 시도해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완벽하게 갖춰진 시력을 갖고 태어나는 게 아니다. 눈은 소아기에 빛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시신경과 뇌의 시피질·시각 경로가 성숙한다. 시력발달 과정을 거쳐 성인 시력에 도달하는 건 초등학교 1~2학년인 만 7~8세 정도. 그러나 이 중요한 시기에 시력이 정상 발달하지 못하면 이후 안경을 쓰거나 수술을 해도 시력이 좋아지지 않는 약시가 된다.

그렇다면 약시는 왜 교정되기 어려울까. 김안과병원 소아사시센터 김응수 교수는 “눈으로 전달된 시신경 신호를 분석·해석해 시각정보로 만드는 뇌의 후두엽에서 약시가 굳어져 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력이 완성된 다음에는 치료반응을 줘도 변화가 없다. 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근시나 난시와는 다르다는 것. 어리면 어릴수록 뇌의 반응이 빠르다. 발견 시점이 빨라야 하는 이유다.

100명 중 2~3명꼴로 흔한 질환

약시는 굴절이상이나 짝눈·사시·선천성 백내장 등이 원인이다. 100명 중 2~3명꼴로 발생할 만큼 흔하다. 다행히 치료가 가능한 시기에 발견하면 교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어린이가 시력검사표를 읽지 못하는 데 있다. 때문에 자녀가 약시인지 모르는 부모가 많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실명예방재단은 2000년부터 매년 3~6세 어린이 60여만 명에게 ‘어린이용 그림시력 측정표’를 보급하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550만 부의 그림시력 측정표를 배포해 약 4800명의 약시 환자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어린이용 그림시력표는 숫자가 쓰여 있는 일반 시력측정표와 달리, 자동차와 비행기·물고기 등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외에도 아이의 눈을 한쪽씩 번갈아 가리고 노는 행동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쪽을 가려 잘 안 보이는 눈으로만 보게 됐을 때 아이가 답답해 하며 눈가리개를 떼든지 눈앞의 물체를 따라보지 못하면 정밀검사를 받는 게 좋다. 평소 텔레비전을 볼 때 곁눈질을 하며 삐딱하게 보는 아이도 약시를 의심할 수 있다.

안 보이는 눈으로 보게 하는 ‘가림 치료’해야

약시는 보통 한쪽 눈에만 발생한다. 한쪽 눈의 발달이 다른 쪽보다 지연되면서 시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안과 이은석 교수는 “우리 뇌는 한쪽 눈이 잘 안 보이면, 잘 보이지 않는 눈이 읽은 시각정보는 무시하고 잘 보이는 눈으로만 인식한다”고 말했다. 시력이 더 발달해야 할 시기에 잘 보이는 눈으로만 보면 시력 발달이 더딘 쪽 눈이 좋아질 기회를 놓쳐 약시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약시는 시력이 좋은 쪽 눈을 수개월 동안 가려 못 보게 하고, 안 보이는 쪽 눈으로 억지로 보게 해 발달시키는 ‘가림 치료’를 한다. 이때 안대나 거즈 위로 안경을 써서 최대한 앞이 잘 보이도록 한다. 이 교수는 “시력이 좋아진 뒤에도 갑자기 가림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며 “가리는 시간을 서서히 조절하면서 끝마무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반창고에 알레르기가 있어 눈가에 염증이 생기거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경우엔 정상인 눈에 맞지 않는 안경을 씌우거나 약물로 눈의 조절력을 일시적으로 마비시켜 잘 보이지 않도록 하는 ‘처벌 치료’를 한다.

이주연 기자

어린이 눈 검사방법

● 만 3세가 되면 그림을 보고 이름을 말할 수 있다. 집에서도 쉽게 시력 이상을 알 수 있다.

● 실선대로 자른 연습용 그림시력 측정표를 보고 한 장씩 그림의 이름을 아는지

확인하고 가르쳐 준다.

● 휴지와 반창고로 한쪽 눈을 가려 틈 사이로 보이지 않게 한다.

● 어린이와 3m 떨어져서 그림시력표를 한 장씩 보이고 무슨 그림인지 묻는다.

● 검사가 잘 안 될 경우, 몇 번 반복해 익숙해지도록 한 다음 날 다시 검사한다.

● 그림시력표(오른쪽)는 한국실명예방재단(02-718-1102, 1088)으로 문의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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