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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햇빛은 보약, 화초는 명약 … 병원에 부는 녹색 바람

국내 병원에 ‘그린 호스피털’ 바람이 불고 있다. 환자에게 쾌적한 진료 환경을 제공하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어 미래의 병원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중앙포토]
#1. 황사가 갠 4월 2일 오전 11시. 해가 뜨자 미즈메디병원(서울 강서구) 복도·대기실·병실에 햇살이 가득 찼다. 그늘을 찾는 게 더 어렵다. 지하 2층, 지상 8층의 병원 건물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선큰 가든(Sunken Garden) 덕분이다. 1~5층까지 한쪽 벽면도 모두 유리창이 차지했다. 건물 모든 층의 복도 끝은 통유리를 대서 훤하다. 모든 유리는 단열 유리다. 병원 2·6·7·8층에는 정원이 있어 환자와 가족이 언제든지 자연을 만끽한다.

#2. 병원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원내 감염이다. 환자 간 교차 감염이 발생하면 자칫 위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원내 공기는 내보내고 계속해서 바깥 공기를 공급해야 한다. 문제는 덥혀진 공기를 내보내면서 ‘돈’까지 나간다는 사실. 병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낭비되는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열회수시스템이다. 수도권의 최저 기온이 영하 4도를 기록한 3월 10일. 분당서울대병원의 병실은 계속해서 공기가 순환하는데도 실내 온도가 25도를 유지했다. 2008년 도입한 열회수시스템 덕분이다. 여름에는 역으로 냉방 효과를 본다.

환자는 쾌적하게, 에너지는 낭비 없이 관리

국내 병원들이 ‘그린 호스피털(Green Hospital)’로 진화하고 있다. 환자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친환경 병원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것.

그린 병원을 위한 노력은 대체에너지 활용부터 고효율의 단열재·LED 전구 사용, 폐기물 관리시스템 구축, 녹지공간 조성 등 다양하다.

2008년 환경비전 ‘에코(Eco) 한림’을 선포한 한림대의료원은 빗물을 받아 깨끗하게 정수한 뒤 화장실 세정수로 활용한다.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를 이용해 주차장과 병원 주변 가로등을 켠다. 또 스팀 소독기·건조기 등에서 발생하는 섭씨 70도의 폐열을 이용해 온수를 만드는 등 폐에너지 재사용도 한다. 이 병원 기관실 송제민 기사장은 “이렇게 해서 2008년엔 전년보다 에너지 사용량을 7%(1억원) 이상 절감했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시설팀 고대환 과장은 “열회수시스템으로 에너지 절감은 물론 냉난방기를 사용할 때보다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병실 환경이 더 쾌적해졌다”고 설명했다.

감염성 폐기물 접촉 원천 차단

환자의 병원 폐기물 접촉을 근본적으로 차단한 곳도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세계 처음으로 각종 감염성 폐기물·세탁물을 배출할 수 있는 전용 컨베이어 시스템을 층별로 설치했다.

삼성서울병원도 백열전구를 고효율 LED 전구로 교체했다. 또 열병합발전시스템(전력을 공급한 후 발생한 열을 회수해 열원으로 재사용)을 가동해 지난해 전년 대비 8%(약 15억원)의 에너지를 저축했다. 서울대병원·대구파티마병원도 같은 방식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신관 건물에 서울지역 최대 규모의 태양열 발전시설을 설치해 여기서 생산된 전력을 한국전력공사에 공급하고 있다.

선진국 의료기관은 이미 오래전부터 친환경 녹색 의료서비스의 닻을 올렸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1990년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된 뒤 본격화됐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병원은 많은 에너지와 자원이 소모되는 건물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병원의 자세를 강조했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빈 선언을 채택해 의료시설에서 PVC(염화비닐) 감소, 대체 에너지 사용, 친환경 제품 구매 등 친환경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영국은 병원에 사용되는 물품은 ISO 14025 (환경 국제 규격)인증 환경라벨인 ‘녹색 깃발(Green Flag)’이 붙은 것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1992년부터 병원 내에서는 PVC 포장재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독일은 WHO가 실시하는 환경보호프로그램을 수행해 병원 내 감염성 폐기물을 줄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일례로 400병상 규모의 베데스타병원은 환경보호프로그램 수행 6년 후 병원 내 감염성 폐기물을 15배나 줄이고 배출되는 쓰레기량을 절반으로 떨어뜨렸다.

미국의 뉴욕장로교회병원은 다양한 에너지 절약 프로그램을 통해 연간 180만 달러의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이용균 실장은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에너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해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녹색성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선진국 병원들도 여기에 발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병원·환경 모두에게 이로워

우리 정부도 선진국의 녹색성장 기조에 발맞춰 녹색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11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다.

지난해 12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마련됐고, 국무회의 등을 거쳐 다음 달 14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가 온실가스를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한다는 방침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기준 병원은 상업 건축물의 연면적당 에너지원 단위가 42.1(kgoe/㎡)로, 통신(72.6kgoe/㎡) 다음으로 높다. 이어 호텔(41.9kgoe/㎡)·백화점(34.9kgoe/㎡) 순이다.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녹색병원 운동은 환자 치유를 돕고, 에너지를 절감하는 이중 효과가 있어 미래 병원의 모델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척추수술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햇빛이 잘 드는 병실 환자는 그렇지 않은 병실 환자보다 진통제를 투여받는 횟수가 평균 28% 적었다. 또 화단·중정 등 병원 식물은 환자의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

에너지관리공단 녹색에너지협력실 김태영 실장은 “이제 병원도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에 관심을 가질 때”라며 “그린 호스피털은 환자·병원·환경 모두에게 이로운 병원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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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