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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혁신 꽃피우려면 과학과 예술이 만나야”

▲지난달 29일 홍콩과기원(HKSP)의 중심 광장에 설치된 안필연 작가(가운데)의 ‘ADAMAO(빛)’ 작품 앞에서 앤서니 탄 CEO(왼쪽)와 윤석빈 크라운-해태 상무가 서 있다. 이날 행사는 홍콩과기원과 크라운-해태의 후원으로 열렸다. 홍콩=이양수 기자



앤서니 탄 홍콩과기원 CEO, 한국 작가 초청해 ‘빛’ 전시회

지난달 29일 홍콩의 주룽반도 북쪽 신도시인 사틴에 자리 잡은 ‘홍콩과기원(科技園·HKSP)’. 홍콩의 실리콘밸리 격인 이곳에서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다.



한국의 설치미술가 안필연(50) 경기대 교수가 ‘아다마오(ADAMAO·그리스어로 빛을 뜻함)’란 주제로 길이 54m, 높이 2m, 폭 2.3m의 종이 터널을 만들어 전시한 것이다. 작품 재료는 크라운-해태의 스낵과자 ‘조리퐁’을 포장하는 골판지였다. 홍콩과기원에는 현재 300여 개의 벤처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첨단 기업들의 연구개발(R&D)센터를 가동해 중국 대륙의 생산현장과 연결하겠다는 홍콩의 발전전략에 따라 6년 전 문을 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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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시회는 홍콩의 과학과 한국의 예술이 만난 자리였다. 행사 제목이 ‘예술@과학원’이었다. 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창조적 마인드였다. 안 교수는 “정상인들이 불편한 터널을 지나면서 장애인들의 생활 속 고통을 느껴보자는 취지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종이 터널 내부는 다각형의 은박지들로 장식돼 관람객의 모습을 수십 갈래로 나누었다. 10m 간격으로 설치된 센서는 서로 다른 색과 소리를 쏟아냈다. 이날 계란 모양의 타임캡슐 모형이 공중에 떠 있는 HKSP의 중심 광장에는 수백 명의 장애인과 어린이가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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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를 후원한 크라운-해태의 윤석빈 상무는 “꿈과 상상력은 예술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 같다”며 “IQ(지능지수), EQ(감성지수) 못지않게 AQ(예술지수)가 중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크라운-해태는 작품 조립을 지원하기 위해 영업현장에서 뛰는 12명의 간부사원을 홍콩에 5박6일간 파견했다.



홍콩 측이 한국 작가와 기업을 묶어 이런 행사를 마련한 이유는 뭘까. 홍콩 과기원공사(HKSTPC)의 앤서니 탄(61·중국 이름 陳蔭楠) 행정총감(CEO)은 “21세기에 혁신은 과학과 예술이 만났을 때 가능하다”며 창의력(creativity)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각국 예술가들을 초청하는 ‘아트 인 더 파크(Art in the Park)’ 행사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과 과학과 기업을 한데 묶는 행사를 더 많이 열겠다는 얘기였다.



탄 CEO를 만나 ‘예술+과학’의 세계를 물었다. 그는 미국에서 기계공정학을 공부한 뒤 34년간 듀폰 등 다국적기업과 홍콩 공공기관에서 일해왔다. 2006년 정부 기구인 공항관리국 사무총감을 거쳐 2년 전부터 첨단기술의 육성 기지인 홍콩과기원을 총괄해왔다. 다음은 탄 CEO와의 일문일답과 e-메일 인터뷰 요지.



-안필연 작가의 ‘ADAMAO’ 전시회를 지원한 이유는.

“홍콩과기원의 핵심 역할은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것이다. 창의력은 과학기술의 혁신을 위한 불씨를 댕긴다. 홍콩과기원은 앞으로 세계적인 예술가들을 초청할 계획인데 안 작가의 작품이 처음으로 선정된 것이다. 창의력과 지속성, 기술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작품 전시를 위해 우리는 장소를 제공하고 다양한 부서들이 기술적인 지원을 해줬다. 몇 달 전부터 안 작가와 크라운-해태 측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 홍콩과 한국이 서로를 이해하는 장(場)이 되기 바란다.”



-과학과 예술은 어떻게 연결된다고 생각하나.

“예술과 과학이 공유하는 가장 큰 가닥은 창의력이다. 두 분야에서 창의력을 북돋으려면 도전 정신을 갖고 과감한 아이디어들을 실천하게 해야 한다. 과학자와 예술가들은 자신의 창의력을 유연하게 작품이나 제품으로 변형시킬 필요가 있다. 성공은 하룻밤에 찾아오지 않는다. 혁신은 인류의 진보와 경제적 번영으로 가기 위한 열쇠다. 나는 과학과 예술이 보완관계라고 믿는다. 첨단 소비재들은 미학적인 디자인을 갖춰야 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다. 사실 예술과 과학은 우리네 삶을 개선시킬 뿐만 아니라 사람들끼리 더 가까이 다가서고 소통하게끔 돕는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각국에서 창조적 마인드와 혁신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교육 분야에서 이를 효율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홍콩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중시하는 사회적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정부와 연구소, 대학, 기업들이 협력하면 창의력과 혁신을 높이는 방안들을 마련할 수 있다. 가정과 학교는 학생들로 하여금 과학적 주제들을 연구하거나 전공하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학교는 기술 혁신을 이끌 내일의 주인공들을 자극하는 곳이 돼야 한다. 홍콩과기원이 운영하는 ‘아트 인 더 파크’는 창의력과 혁신의 과실을 사회 구성원과 나누기 위한 시도의 하나다. 예컨대 에너지와 자원을 재활용하는 이벤트를 통해 매년 뛰어난 아이디어들을 개발하고 있다.”



-홍콩과기원에 입주한 기업과 기관은 몇 개나 되나. ‘아트 인 더 파크’ 프로그램을 통해 향후 어떤 활동을 구상 중인가.

“홍콩과기원공사는 혁신과 기술 진보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에 따라 세워진 정부 산하 기구다. 홍콩과기원과 3개 산업단지, 이노센터(Inno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홍콩과기원에는 현재 300여 개의 국내외 벤처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해 있다. 고용 규모는 7000명을 넘는데 그들 중 65%는 R&D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듀폰이나 필립스 같은 세계적 기업들도 진출해 있다. ‘아트 인 더 파크’는 국제사회와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창(窓)이 되고, 연구원 내부의 색(色)과 생활을 풍부하게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홍콩은 물론 전 세계에서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초청해 그들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홍콩은 10여 년 전부터 ‘아시아의 R&D센터’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그동안 얼마나 진전이 있었나.

“홍콩과기원공사의 핵심 목표는 홍콩의 기술 혁신과 발전을 꾀하는 것이다. 2001년부터 우리는 홍콩을 세계 수준의 ‘기술 허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전자, 정보기술·전자통신, 정밀엔지니어링, 바이오 기술, 그린 기술 등 5개 분야의 기술 클러스터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1992년부터 가동된 우리의 창업보육(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237개 회사가 만들어졌다. 그중 3개는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됐으며, 1개는 미국 OTC(장외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다른 12개는 인수합병(M&A)이나 합작투자 대상이 됐다. 이와 별도로 2003년 4월부터 350개의 특허·상표·디자인이 등록됐으며 150가지의 기술 또는 디자인 분야의 상(賞)을 받았다.”



-한국 기업들의 진출 현황은 어떤가.

“2개의 한국 기업이 들어왔는데 이들은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으로 육성되고 있다. 장래에 다양한 채널이나 프로그램, 전시회를 통해 더 많은 한국 기업이 진출하기를 바란다. 삼성이나 LG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오는 것을 환영한다.”



홍콩=이양수 기자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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