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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들 외부 노출은 악몽 되살려 역효과

지난달 26일 밤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침몰하면서부터 온 국민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나라를 지키던 우리 장병 46명이 아직도 실종상태다. 실종자 가족들은 슬픔이야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29일에는 탤런트 최진영씨의 자살 소식 또한 충격이었다. 그것도 잠시, 30일에는 천안함 침몰로 실종된 후배들을 구하겠다며 차디찬 바다에 몸을 던진 한주호 준위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이어지는 비보는 신문과 TV·인터넷에는 비보가 이어지고 있다. 나라 전체가 우울증에라도 빠진 듯하다.

천안함 침몰, 정신적 충격 극복하려면

천안함 침몰, 국민 정신건강도 충격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대한불안의학회 재난정신위원회) 교수는 “언론보도를 통해 충격적인 사건을 접함으로써 스트레스에 민감해지거나 심리적 충격 이후에 나타나는 여러 장애증상을 겪을 수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 일어난 불행이 우리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1년 미국 9·11 테러사건 때도 단순히 TV 화면으로 관련 소식을 지켜본 사람 중에는 불안장애의 하나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발견됐다. 이러한 증상은 사건이 일어난 뉴욕에서 가까이 살거나, 뉴욕에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높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죽음의 위협이나 심한 부상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불안·분노·우울·상실감·무력감이나 불면·약물과다 복용·과음, 소화불량·두통·호흡곤란과 같은 증상을 말한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나머지 58명의 충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마치 전쟁이 터진 것처럼 ‘꽝’ 하는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충격으로 건장한 장병들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떴을 만큼 선체가 크게 흔들렸다고 한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들에게 동료들의 고통 섞인 신음소리와 피범벅인 얼굴, 동강 난 배, 어두운 밤바다가 몰려왔을 것이다.
경기도 의왕시 계요병원 박주언(재난정신위원회 간사) 박사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하지만 천안함 생존자 중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다”며 “군인은 전우에 대한 동일체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생각으로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2005년 경기도 연천군 최전방 28사단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 이후 이 같은 위기상황 발생 시 군인들의 정신적 치료를 위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다. 재난정신위원회가 2008년 제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고재해로 심리적 충격이 발생한 직후에는 2차 충격을 방지하는 게 최우선이다.

박 박사는 “한 번 충격으로도 사고 순간이 자꾸 떠오르거나 악몽에 시달리는데 언론이나 외부기관에 노출돼 조사받으면 향후 삶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유증이 예상되는 군인은 병원에 조금 더 남아 있겠지만 괜찮다면 일주일 정도 격리했다가 현업에 복귀시키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되, 후에 천안함이 인양되면서 받을 수 있는 충격으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 천안함 침몰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은 사랑하는 아버지·남편·아들을 잃은 한주호 준위의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 무엇보다 천안함 구조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이 더해지고 있다. 가족들 일부는 탈수증상을 보이며 실신해 응급실로 이송됐으며, 많은 이들이 두통과 복통·근육통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목동병원 정신과 김의정 교수는 “북받쳐 오르는 슬픔으로 울었다가 소리도 질렀다가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못해 몸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며 “감정이 격해지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고 엉켜 두통과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너무 많이 울다 보면 슬픈 감정에 빠져서 우울한 감정이 계속될 수 있지만, 울고 싶을 땐 참지 말고 우는 게 좋다. 김 교수는 “느껴지는 감정을 억지로 누르거나 부인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 슬픔을 이겨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슬픔 심하면 두통과 복통 나타날 수도
주부 강모(56·서울)씨는 딸이 자살한 이후 우울증을 앓다 1년 후 자살을 시도했다. 딸의 죽음이 자신이 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 심한 우울증과 알코올의존증으로 이어졌고 자살까지 생각하게 된 것이다.

보통 자녀나 부모·배우자·연인·친구 등 소중한 사람을 잃은 아픔은 2개월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인’하다가, 그를 죽음으로 몬 가해자나 원인에 대한 ‘분노’와 ‘우울’을 거친다. 이후 죽음을 받아들이고 아픔을 이겨내게 된다.

때로는 상대방의 죽음을 막아주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죄책감, 인생에 대한 허무함 등의 감정이 뒤섞여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주변인을 잃은 상실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치료가 필요하다”며 “일반적인 우울증보다 주변인의 죽음으로 인한 우울증은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누나 최진실씨의 죽음이 동생 최진영씨를 우울증에 빠트리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 그런 경우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힘겨워하는 이가 있다면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박주언 박사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감정을 이해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다”며 “천안함 실종자 가족들이 받는 슬픔과 고통을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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