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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크림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 LPGA로 간 구옥희

구옥희. 한국여자골프의 산증인이다. 1956년생이니 벌써 쉰네 살. 78년 KLPGA투어에 입문한 뒤 일본과 미국 무대에서 활약했던 선구자다.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을 홀몸으로 개척했던 파이어니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녀를 잘 알지 못한다. 구·옥·희란 이름 석자는 알지만 그녀가 어떻게 낯설고, 물선 미국과 일본 무대를 개척했는지 알지 못한다. 최근 KLPGA투어가 개최한 행사에서 그녀의 플레이를 지켜볼 기회가 있었다. 쉰 살이 넘은 나이에도 날카로운 샷은 여전했다. 드라이브샷 거리는 다소 줄었지만 정교한 샷이 젊은 선수 못지않았다. 한국여자골프의 개척자 구옥희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마침 3월 29일 끝난 LPGA투어 KIA클래식에서 서희경이 우승한 직후였다.

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105>

“서희경 프로가 LPGA투어 대회에서 우승했는데 후배들이 이렇게 잘하는 걸 보면 기분이 어떠세요?”
“나야 뭐 좋죠. 요즘 젊은 선수들이 무척 잘해요.”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짧게 대답했다. 다시 물어봤다.

“아니, 요즘 후배들이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로우시겠어요. 요즘 같은 때 LPGA투어에서 선수 생활을 하고 싶지는 않으세요?”

“아, 그건 물론이지요. 올해 국내에서 우승한 뒤 다시 LPGA투어에 도전할까 해요.”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그녀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내친김에 그녀가 LPGA투어에서 첫 우승하던 당시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꼭 22년 전인 1988년 3월 구옥희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스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우승한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LPGA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했는데도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지 못했는데 서운하진 않으신가요.”
“88년은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해였어요. 3월부터 벌써 올림픽 열기가 뜨거웠던 걸로 기억해요. 내가 LPGA투어에서 우승했던 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긴 하지만 (우승 소식이) 올림픽 열기에 묻힐 수밖에 없었지요. 게다가 그 당시엔 골프가 지금처럼 대중적인 스포츠도 아니었고….”

선구자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86년에 LPGA투어에 진출해서 92년까지 8년간 미국에서 뛰었는데 그 시절이 참 좋았어요. 일단 자유로운 미국 분위기가 마음에 들더라고요. 일본만 해도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텃세가 심했는데 미국은 그런 게 없었거든요. 가는 곳마다 한국 음식점을 찾아 헤매긴 했지만 그런대로 견딜 만했죠.”

구옥희는 미국에 진출한 뒤에야 선크림(선블록)이란 걸 처음 접했다고 털어놨다.
“미국 가기 전까지만 해도 선크림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지. 그런데 미국에 가니 햇빛이 무척 강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처음엔 땡볕에 얼굴이 새까맣게 탈 지경이었는데 나중에야 선크림이란 게 있다는 걸 알고 바르기 시작했지요.”

2010년은 구옥희가 프로에 데뷔한 지 32년째 되는 해. 30여 년에 걸쳐 햇볕에 그을린 그녀의 얼굴에서 거장의 풍모가 느껴졌다. 그녀가 선크림을 바르고 여러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생 모르고 자란 일부 신세대 프로들에게 골프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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