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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움직이는 건 사람 유치위 판을 바꿔라”

지난 2월 11일 밴쿠버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에 참석한 이건희 IOC위원(오른쪽).[연합뉴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는 지금 정관을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원도지사가 공동위원장을 맡는 규정을 없애는 거다. 현재는 김진선 강원도지사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공동위원장이지만 3선 임기를 모두 마친 김진선 지사는 6월로 임기가 끝난다. 현 정관대로라면 새로 뽑히는 강원도지사가 자동으로 공동위원장을 승계하게 된다. 하지만 김 지사야 2010년과 2014년 올림픽 유치전 때의 경험이 있고, 투표권을 가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과의 친분 때문에 공동위원장이 됐지만 차기 도지사가 공동위원장을 맡아야 할 이유는 없다.

먹구름 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겨울올림픽 유치 3수에 나선 평창의 유치활동은 현재 4두 체제로 진행되고 있다. 조양호-김진선 공동위원장에 박용성 한국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겸 대한체육회장), 그리고 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이 4두 체제를 놓고 IOC 위원을 지냈던 박용성 위원장은 “각자 맡은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IOC 위원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힘이 분산돼 효율이 떨어진다”는 비판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정관이 바뀌면 3두 체제가 되지만 이것도 못마땅하긴 마찬가지다.

가장 비판적인 곳이 외교부다. 외교부는 외교관들을 통해 각국의 동향, 특히 IOC 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있다. 외교부의 분석은 이렇다. IOC 위원들의 분위기가 평창에 별로 우호적이지 않다는 거다. 어떤 위원들은 매우 퉁명스럽게 “Korea wants everything(한국은 모든 것을 원한다)”이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평소 관계가 없던 외국 외교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보여줄 위원은 없다. 외교부의 정보 역시 피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외교부의 분석은 참고할 만하다. 외교부는 “올림픽 유치는 결국 110명을 약간 넘는 IOC 위원의 손에 달렸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다. 외교관들은 2016년 여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한, 지난해 덴마크 코펜하겐 IOC 총회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당시 후보도시는 시카고, 도쿄, 마드리드, 리우데자네이루였다. 외교관들의 분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향인 시카고의 승리였다. 미국은 ‘당연히 시카고가 된다’는 분위기였고, 오바마 부부와 오프라 윈프리까지 현장에 총출동했다. 당시 외교부가 추정한 시나리오는 마드리드와 도쿄가 차례로 떨어져 나가고, 리우와 시카고가 경합을 벌여 시카고가 승리하는 거였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달랐다. 당시 IOC 위원 사이에는 “오바마가 무슨 상관이냐. 밥을 샀나, 세미나를 했느냐”며 시큰둥해 했다. 한마디로 ‘웃기고 있네’라는 반응이었다. 미국의 여성 IOC 위원인 아니타 디프란츠는 여성 차별 목소리만 높여 많은 IOC 남성 위원 사이에서 ‘왕따’ 비슷한 분위기도 있었다. IOC 위원들에게 시카고는 진작 끝나 있었다.

반면 처음에 떨어져 나갈 것이라던 마드리드가 끝까지 붙었다. 그것은 스페인 출신인 IOC 명예위원장 사마란치의 힘으로 보고 있다. 1980년부터 2001년까지 IOC 위원장을 지낸 그가 임명한 IOC 위원이 여전히 많았다. 이들 사이에 ‘사마란치가 앞으로 얼마나 살겠나. 마지막으로 로열티를 보여주자’는 생각이 있었고, 그것이 표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이때의 경험이 ‘결국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얻게 했다.

숱한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했던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늘 했던 이야기도 바로 ‘사람’이었다. 실사단 평가가 좋고, 프레젠테이션을 잘했다고 해서 IOC 위원들의 마음이 돌아서진 않는다는 거다. 평소에 그들의 마음을 잡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대한민국이 이번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평창 유치에 유리하게 작용하진 않는다는 분석이다. 독일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IOC 위원들은 그런 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겨울 종목 후진국인 한국에서 무슨 겨울올림픽을 유치하느냐’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소한 효과는 있다.

지난달 15일, 2018년 겨울올림픽 유치희망 도시의 유치신청서가 마감됐다. 평창과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다. 이들 신청서 내용에 대해 AP통신은 뮌헨 1위, 평창 2위, 안시 3위라는 평가를 내놨다. 객관적으로 뮌헨이 평창보다 앞서 있다는 거다. 평창유치위나 국내 스포츠계, 그리고 외교부 모두 이 점은 인정하고 있다.

뮌헨이 유리한 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독일 통일 뒤 첫 올림픽’이라는 확실한 명분이다. 또 1972년 여름올림픽을 치렀던 뮌헨은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동시에 치르는 첫 도시’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뮌헨 유치위원장인 토마스 바하 IOC 부위원장의 파워도 막강하다. 바하는 유력한 차기 위원장 후보다. IOC 내에서 영향력도 있고, IOC 위원들이 바하의 눈치를 보게 돼 있다.

독일이 아프리카에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신경 쓰인다. 아프리카의 IOC 위원들은 솔직히 어디에서 올림픽이 열리든 상관없다는 태도다. 아직 아프리카에서 올림픽을 치를 형편이 아니므로 순전히 개인적인 관계와 목표에 따라 움직인다. 그런데 여기에 무려 19표가 있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외교부의 한 국장은 아예 “이건희 위원이 직접 유치위원장을 맡는 등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인 데다 어차피 평창 유치를 위해 뛰고 있는데 뒤에서 조심스럽게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IOC 위원끼리는 24시간 만날 수 있고,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도 IOC 위원을 만날 수는 있지만 은밀한 얘기를 나누기 힘들고, 설사 밀담을 나눴다고 해도 나중에 알려지면 더 위험하다. 조양호 위원장이나 박용성 회장의 활동 반경이 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외교부는 IOC가 기본적으로 클럽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서로 등 긁어주고, 주고받는 곳’이기 때문에 바하를 맞상대할 인물은 이건희 위원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이 15년 이상 올림픽 공식파트너(TOP-The Olympic Partner)로 활동해 온 점도 IOC 내에서 이건희 위원을 홀대할 수 없는 이유다. 벨기에 출신인 로게 위원장도 이건희 위원과 매우 가까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사마란치의 영향력을 거론했듯이 현 IOC 위원장의 생각은 위원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최소한 로게 위원장이 중립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그 일을 할 적임자도 이건희 위원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건희 위원이 유치위원장을 직접 맡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일단 현 조양호 위원장이 물러나야만 가능한 일이다. 조 위원장 역시 대한항공과 한진 그룹을 배경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별한 돌발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한 조 위원장이 물러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더구나 현재 유치위원회는 한진 그룹과 강원도라는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 조직을 한꺼번에 흔드는 것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모두 추대한다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 이건희 위원 본인이 유치위원장 자리를 생각하고 있지도 않다.

외교부의 입장과는 별도로 ‘이건희 책임론’을 들어 이건희 위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건희 위원은 지난해 말 ‘단독 사면’이 됐다. ‘올림픽 유치’를 위해서였다.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해 경영 일선에도 뛰어들었지만 올림픽 유치 활동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이건희 책임론’이란 만약 평창이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다면 4명 모두의 공으로 돌아가지만, 또 실패한다면 이건희 위원 혼자 책임을 다 둘러쓴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전면에 나서는 게 옳다는 얘기다.

평창의 세 번째 도전도 결코 순탄한 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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