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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눈물을 참을 때

우리들은 모두 일상을 살아간다. 천안함이 침몰한 그날, 가족들이 오열하고 사고 원인에 관한 숱한 의문들이 쏟아진 그날에도 우리들은 제품의 생산성을 높이고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회의를 한다. 그러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간다. 일상은 그렇게 여전히 돌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들이 깊고 거칠고 차가운 그 무서운 서해 어딘가에 있을 장병들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다.

희소식을 듣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생존 한계 시간이 얼마 남았다는 소리에 가슴 졸인다. 살아 돌아오리라, 우리가 구해 줄 테니 조금만 참고 있어라, 제발 죽지 마라, 간절히 기도한다. 업무 중간에도 인터넷을 뒤적인다. 속보로 올라오는 기사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그러는 사이에 불만과 불안감이 생겼다. 총체적 우왕좌왕이라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상황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지도 않고, 이런 때를 위한 위기관리 시스템이 있는지도 느껴지지 않는다. 위기관리 시스템이란 사고의 원인 분석은 물론 예측해 볼 수 있는 상황별 행동지침 마련, 구조작업을 위한 제반 준비 및 실행, 실종자 가족들로부터 믿음을 얻을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진행, 미디어를 통한 대국민 정보 나눔 등 모든 걸 포함한다.

사방에서 비난과 추측이 쏟아졌다. 군 장성들은 연일 국회에 불려 나간다. 지금 그들이 해야 할 우선순위 업무가 뭔가 궁금해진다. 국회는 무슨 도움을 주기 위해 현장을 지휘해야 하는 그들을 불러대고 호통치는지 궁금하다.

국방부·합참·정부와 우리들 사이엔 불신도 팽배하다. 이 총체적 우왕좌왕의 핵심엔 불신이 있다. 그들이 상황을 주도할 최고의 브레인들과 구조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믿지 않는 것이다. 또 그들이 우리에게 사실을 정확히 말해 주고 있다고도 믿지 않는 것이다.

불신을 전제로 수많은 사람이 한마디씩 한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그 와중에 구조대가 사지에 몰렸다. 불안했다. 조류가 거센 시퍼런 바다에 어서 빨리 뛰어들어, 어서 빨리 찾아내라는 이 엄청난 압박을 구조대가 어떻게 이성적으로 견디며 매뉴얼대로 구조작업을 펼칠 것인지 불안했다.

한주호 준위가 죽었다. 심장이 터질 듯 그의 죽음이 슬프다. 천안함의 침몰 원인은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한 준위의 죽음에 관한 원인은 명확하다. 총체적 우왕좌왕과 총체적 분노, 격앙된 행동, 비난과 질타 속에 군인 한 명이 그만 목숨을 잃었다. 혹여 구조대 중에 또 사망자가 나올까, 두렵고 불안하다.

이제 우리 모두를 돌이켜 보자. 그리고 부탁한다. 재난 상황이 터지면 첫째, 컨트롤 타워는 총체적 위기관리 계획을 빠르게 수립하고 그에 따라 관리에 들어가 주기 바란다. 감정적으로 격앙될 수 밖에 없는 가족들을 최대한 안정시키고, 그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의사소통 시스템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언론은 정부와 국민 사이에 불신의 불을 지피지 말아 달라. 지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적 흥분이 아니라 과학적 분석과 냉정한 보도다. 우리들의 격앙된 얼굴을 클로즈업하지 말아 달라.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지 않는가. 지금 이 상황에 대한 감정적 접근으로 인해 우리가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 냉철하게 상황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 순서대로 진행하는 데 모든 초점을 맞춰 주기 바란다. 원인에 대한 모든 수수께끼가 풀리고 퍼즐이 맞춰지고 난 뒤, 구조가 완전히 이뤄지고 난 뒤, 종합적으로 상황을 정리한 후 손가락을 들어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

지금은 눈물을 참을 때다. 지금은 눈물도 사치다. 일을 다 치르고 난 뒤 울자. 지금 우리들이 보이는 이 흥분과 격앙된 감정의 뒤엉킴은 살아 있을지 모르는 우리의 전사들과 그들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선한 군인 한 준위의 죽음을 헛되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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