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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자 남편을 이기는 지혜

어느 TV 개그 프로에서 남성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보면 요즘은 여성이 약자 아닌 강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이미 위헌 결정을 받은 제대 군인 보상책을 다시 들고 나오는 국회의원도 있었다. 심지어 ‘여자도 남자처럼 군대에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제 여성은 더 이상 약자가 아니고 강자인가.

이 질문에 대한 우리 헌법의 답은 ‘아니오’다. 헌법 제 34조는 “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즉, 여자는 사회적 약자이므로 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사회적 합의문이다. 현실에서는 어떤가. 여자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강자로 대접 받고 있는가. 정리해고를 하는 직장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아야 하는데, 과연 우리 사회는 이런 헌법 규정을 잘 지키고 있는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젊은 세대의 취직 전쟁에서 여자가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가.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 해보면, 아직도 여자는 사회적 약자이며 더 보호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우리 가정에서는 여전히 강자인 남자를 흔히 볼 수 있다.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남편보다 훨씬 더 많은 가사일을 한다든지, 육아는 여성이 거의 도맡아서 한다든지, 명절 때 남자들은 ‘방콕’하고 여자들은 부엌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든지…. 이런 것들을 모두 참조하면 여자는 가정에서 여전히 약자다.

‘약자 자유주의자 아내’와 ‘강자 권위주의자 남편’이 만나는 골치 아픈 경우를 생각해보자. 권위주의자 남편은 집에 들어오면 소파에 앉아서 자세를 잡고, 집안일로 바빴거나 직장에서 일에 시달렸던 아내는 저녁상 차리려고 혼자서 바쁘게 움직이는 광경이 떠오른다. 자유민주주의자 아내는 남편의 그런 행태에 기분이 나쁘지만, 약자라서 할 수 없이 집안일을 하는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가 오래되면 아내의 가슴에 멍이 든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법이 있다. 다윗이 골리앗을 꺾을 때처럼 머리를 잘 쓰고, 우리 시민이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 낼 때처럼 힘을 모으면 된다. 자유주의자 약자 아내가 권위주의자 남편을 이기는 괜찮은 전략은 무엇일까? 미국 미시간대학의 로버트 액설로드(Robert Axelrod) 교수가 연구한 ‘맞대응(Tit-for-Tat) 전략’을 소개한다. 기업 간 협상에서 대북한 정책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맞대응 전략’은 부부 관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다. 처음에는 일단 잘해 준다. 그다음부터는 남편이 잘해 주면 잘해 주고, 남편이 잘해 주지 않으면 아내도 잘해 주지 않는다. 남편이 계속 잘해 주지 않다가 잘해 줄 경우 아내가 다시 잘해 주는 것도 이 전략에 포함된다. 상호 협력을 이끌어 내는 맞대응 전략의 탁월한 효능은 학계 정설로 자리 잡고 있다. 적절히 응징하고 관용도 보여 주는, 전략적으로 안정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자유주의자 약자 아내는 권위주의자 강자 남편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대응 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까. “당신은 권위주의자!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한번 붙어보자!” 이렇게 되면 칼로 물 베기 싸움이 이어진다. 세련되게 응용의 미학을 발휘하는 것이 좋겠다. 쇠고기를 무척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닭고기 위주로 장을 보는 것이다. 여기에 적절한 설명은 필수다. “당신 그거 알아? TV에서 봤는데, 닭가슴살이 지방도 적고 쇠고기보다 몸에 더 좋대.” 싸우려 들지 말고, 이런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서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머리 굴리기에 더해서 남의 힘을 빌릴 수 있으면 빌리는 것이 좋다. 아내와 남편이 외딴섬에 사는 것은 아닐 테니 아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먼저 아내의 부모나 남편의 부모가 떠오른다. 그런 분들 중에 자유주의자가 있으면 연합전선을 펴서 권위주의자에게 세력을 과시할 필요가 있다. 힘을 모으는 연합에서는 눈사람 만들기를 참조하는 것이 좋겠다. 처음에는 작은 눈덩이로 시작하지만, 열심히 굴리다 보면 눈을 뭉쳐서 큰 덩어리로 눈사람을 만들 수 있다.

가정에서도 우리 헌법이 명시한 자유민주주의가 더 깊이 뿌리 내리면 좋겠다. 약자 아내가 머리를 잘 굴려서 좋은 전략을 짜고, 뜻이 맞는 주위 분들과 힘을 합쳐서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더 꽃피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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