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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걸을 찾아서’ 히트 친 송용진

무대에선 카리스마를 발휘하던 송용진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자 장난기어린 표정을 지었다. 인디 레이블 사장이기도 한 그는 “무대에 서고, 작품 만드는 것보다 세금 내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배우 송용진(34). 뮤지컬 ‘록키 호러쇼’와 ‘헤드윅’에 출연한 바 있다. 각각 동성애·성전환 등을 다룬 개성 강한 작품이다. 출연작만으로도 그의 취향은 짐작될 터. 이것만으론 성에 안 찼나 보다. 아예 연출·극본·음악감독 등을 도맡아 뮤지컬을 한 편 만들었다. 이름하여 ‘치어걸을 찾아서’. 전작들에 전혀 뒤지지 않은 괴상한 작품, 근데 반응은 뜨거웠다. 31일까지 한 달 간 서울 대학로 공연의 객석 점유율은 80%였다. 7월 재공연도 잡혀 있다.



컬트 뮤지컬 신나는 칼춤 한번 보실라우

그에게 따라붙는 말은 ‘컬트 뮤지컬의 황태자’. 엽기적인 표정과 괴이한 몸동작으로 객석을 집어삼킬 듯 포효하는 그의 ‘포스’ 때문이다. 배우뿐 아니라 창작자로도 안착했으니 과장은 아닐 듯싶다. 인터뷰 또한 얼마나 정신 사나울까 싶었다. 하지만 차분했다. 논리적인 말투, 전체를 꿰는 생각, 현실적이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는 의연함 등이 있었다. 또 다른 반전이었다.



# 50만원으로 뚝딱



‘치어걸을 찾아서’는 지구의 여성이 사라지게 된 미래 어느 날, 원더랜드라는 섬에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치어걸’을 찾아 나선다는, 엉뚱한 스토리다. 이야기, 썩 중요하지 않다. 해적 복장을 한 여섯 명의 출연자들은 각기 악기를 들고서 열심히 노래를 한다. 뮤지컬보단 콘서트에 가깝다. 쉼 없이 불러 제치는 록음악에 객석도 들썩인다.



컬트 뮤지컬답게 풍자적 요소가 가득하다. 씨엘블루의 ‘외톨이야’를 개사해 ‘표절이야’를 부를 땐 객석도 뻥 터졌다. 해적선에선 쿠데타가 일어나고, ‘누가 더 높은 음을 부를 수 있는가’로 권력을 정하는 이상한 풍경도 있다. 입에 담지 못할 요상한 욕만을 모아 반복해서 부르는 데 공연 막판엔 관객도 따라 한다.



작품의 출발도 특이했다. 지난해 5월, 송용진과 인디 밴드 ‘딕펑스’는 홍익대 앞 클럽에서 조인트 콘서트를 하기로 했다. 매번 하는 형식, 송용진은 변화를 주고 싶었다. “내가 대본을 쓰고, 뮤지컬인지 콘서트인지 나도 헷갈리는 무언가를 만들 테니 한번 해볼래”라며 “연기도 해야 하지만, 그냥 논다고 생각해”라며 멤버들을 꼬드겼다. 공연 2주 전의 위험한 도박이었다. 자신이 습작으로 써놓은 여섯 곡과 ‘딕펑스’의 기존 노래 일곱 곡을 얼기설기 엮었다. 제작비는 단돈 50만원. 의상도 평상시 입던 옷들을 리폼했고, 두건·모자 등으로 해적 분위기를 냈다. 조명과 무대도 혼자서 뚝딱했다. 송용진은 “재주가 있어서 모든 걸 한 게 아니라, 돈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단다. 급조하듯 간신히 올린 무대, 하지만 팬들은 “뻔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닌, 날 것 그대로가 펄쩍펄쩍 꿈틀댄다”며 열광했다.



#“인디 음악 포기 안 해”



송용진은 중학교 때부터 밴드에서 기타와 노래를 했다. 대학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를 나왔다. 졸업 후 인디 밴드를 결성해 주로 홍익대 부근 클럽에서 활동했다. 뮤지컬 출연은 1999년 ‘록 햄릿’이란 작품 오디션에 덜컥 붙으면서부터다. 이후 여러 뮤지컬에 출연하며 매니어층을 확보한 배우로 성장했지만 정작 본인은 “인디 뮤지션이 내 정체성이다. 뮤지컬 배우는 가욋일”이란다. “음악은 아내 같고, 뮤지컬은 애인 같다”라고 했다.



그는 어엿한 사장님이기도 하다. 2년 전 인디 레이블 ‘해적’이란 걸 차렸다. 뮤지컬에서 번 돈을 몽땅 집어 넣었다. 첫해엔 보증금 1500만원에 월 100만원짜리 스튜디오를 임대했고, 이듬해엔 앰프 등 장비를 들여놓았다. 그 다음해엔 드럼·키보드 등 악기를 샀다. 3년여에 걸쳐 1억원을 투자한, 용의주도한 과정이었다. 현재 소속된 뮤지션은 자신을 포함해 모두 다섯 팀이다.



그는 인디 음악을 하는 동료나 후배들에게 “꼭 다른 직업을 구하고, 포기하지 말자”라고 말한단다. “인디 음악만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며 세상에 불평을 늘어놓는 건 어리석다. 전세계적으로도 노래 부르는 걸 ‘풀 타임 직업’으로 하는 뮤지션은 1%에 불과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면 별도의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제작도 꿈꾸고 있다. “3년에 걸쳐 스튜디오를 만든 것처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다. 독립영화 감독을 찾아가 배우로 써 달라고 부탁하고 다니는 게 요즘 일상이라고. 그의 최종 목적지엔 과연 ‘치어걸’이 있을까. 그 여정은 꽤 험난해도, 그는 유쾌하게 항해하는 듯 보였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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