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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밖에서 먼저 알아본 한국 디자인

서울패션위크(가을·겨울 시즌)의 막이 올랐다. 26일부터 7일간 국내 대표 디자이너 60여 명이 총출동했다. 그 가운데 주목해야 할 이름들이 있다. 신재희·엄미리·이주영·스티브제이&요니피. 국내에선 ‘무명’에 가깝지만 외국에선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들이다. 그들의 옷은 하나같이 엉뚱하고 새롭다. 그래서 오히려 세계 패션거리에 입성할 수 있었다. 글로벌 브랜드와 해외 패셔니스타들도 그들을 찾는다. 자신만의 색깔을 버리지 않았기에, 세계 명품을 만들겠다는 고집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젠 우리가 그들을 주목할 때다.



서울패션위크 개막

글=이도은 기자 사진=서울패션위크 제공



신재희

아르마니서 실무 익히고 이탈리아서 활동




신재희(30)씨는 최고 코스를 달렸다. 이탈리아 대표 패션학교인 마랑고니를 조기 졸업했다. 그 뒤 바로 남성복 조르지아 아르마니에 들어갔다. 마랑고니에서도 최우수 학생만이 들어가는 세계 패션 하우스다. 3년간 실무를 배웠다. 그리고 올 1월 이탈리아 피티워모(남성복 페어)에 한국인 최초로 참가했다. ‘신예 유망 디자이너’의 자격으로 100% 참가비 지원도 받았다.



신씨는 스무 살부터 같은 꿈을 꿨다. 이브 생 로랑 같은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것. “디자이너 하나가 프랑스의 미를 세계적 기준으로 만들었잖아요. 저도 한국적 디자인으로 그렇게 만들어야죠.” 그래서 명품 업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도 2년간 꼬박 퇴근 뒤엔 새벽까지 브랜드 론칭을 준비했다. 2008년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내 건 ‘Sheen Jehee’를 만들었다.



언론과 바이어도 주목했다. 신씨의 옷을 본 해외 바이어들의 반응은 ‘신기하다’였다. 디자인이 모호했다. 남성복이지만 어깨를 둥글리고 실루엣이 몸을 타고 흘러 여자 옷 같았다. 신씨는 스스로도 “축축 처지고 감싸는 한복을 닮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양의 철학을 품었다. 옷을 여미는 건 멋이 아니라 자신을 제어하는 수단이 됐다. 미국·유럽 바이어들은 ‘이야기가 담긴 옷이라 재밌다’고 평했다. 신씨는 “시작일 뿐이기에 잘 팔리는 옷보다 본질적인 철학이 담긴 옷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6개월 전 한국에 돌아왔다. 국내에도 자신을 알리고 싶었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쇼룸을 냈고, 다음달부턴 백화점 편집매장에도 옷을 판다. “정작 우리나라에선 어떤 반응일지 기대도 되고 떨리기도 하네요.”



이번 쇼에선 부드러운 느낌의 옷을 찾아볼 수 없었다. 거친 디테일이 눈에 띄게 많았다. ‘인간에 내재된 악’이 모티브였다. 강한 느낌의 옷을 입음으로써 오히려 부정적인 본성이 중화된다는 의미다.



엄미리

시카고 패션대학 졸업 뒤 자신의 브랜드 만들어




“옷의 컨셉트를 정하지 않는 게 컨셉트예요.” 25세 디자이너는 고정된 틀이 없었다. 그래서 정장이냐 캐주얼이냐 라는 식의 스타일을 정하지 않는다. 매해 시즌에 따라 주제를 정하고 그것에 맞는 옷을 만들 뿐이다.



엄미리(25)씨는 미국 시카고 패션대학을 수석 졸업했다. 학교 대표로 주(州) 패션쇼에 나가고, 부상으로 장학금도 여러 번 받았다. 졸업 뒤엔 유명 패션회사에 들어갈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애초부터 남의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 내 색깔을 잃을까, 재미가 없어질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대신 스스로를 시험하기 위해 대회를 노렸다. 일본 도쿄 뉴디자이너 패션 그랑프리 우수상을 받았다. 미국 대표 디자인잡지 ID에서 뽑은 ‘세계의 디자이너 기대주 40인’에도 들었다.



세계로 나가는 도전은 무모했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기리야테(Giriyate)’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각국 바이어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직접 현지로 날아가 미팅을 했다. 영국 런던 브릭레인 스트리트에 있는 매장 두 곳에 옷을 입점시켰다. 그곳은 세계의 패셔니스타들이 꼭 찾는 거리다. 국내도 똑같이 공략했다. 편집숍 ‘데일리 프로젝트’에 포트폴리오를 무작정 보내자 ‘옷을 보내라’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남들은 에이전시를 통해 홍보한다는 걸 알았어요.”



올 서울패션위크에는 ‘제너레이션 넥스트’ 부문으로 처음 참가했다.



이번 쇼에선 컨셉트는 ‘거지’였다. 거지들에게 옷은 집이나 다름없다는 의미다. 6~7벌씩 겹쳐 입는 게 이번 컬렉션에서의 특징. 120여 벌의 옷이 무대에 올랐다. 다른 디자이너들보다 3~4배나 많다.



이주영

블랙아이드피스도 그에게 의상 맡겨




이주영(39)씨가 서울패션위크에 참가한 지 벌써 5년째다. 2004년 ‘레쥬렉션’이란 브랜드를 만들고 나서다. 한데 요즘에야 그를 알아보는 이들이 많다. 세계적 스타들이 그의 옷을 입으면서다. 미국 록스타 마릴린 맨슨, 늘 실험적인 옷으로 화제가 되는 레이디 가가, 뮤지컬 헤드윅의 주연 존 캐머런 미첼 등이 그들이다. 팝그룹 블랙아이드피스도 올 그래미 시상식 등 각종 공식석상에서 그의 옷을 입었다. 아예 월드투어 후반부 의상도 그에게 맡겼다. 이제는 국내 아이돌그룹에서도 그를 찾는다.



이씨는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노렸다. 어머니 설윤형 디자이너의 조언도 바탕이 됐다. 국내 남성복 시장은 한계가 있었다. 검은색에 강하고 복잡한 장식이 많은 그의 옷을 알리기엔 시장이 좁다고 판단했다. 그는 “내 옷을 있는 그대로 좋아하고 인정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 혹은 스타들만 공략하지 않는다. 지난해 이미 프랑스 파리 무역쇼에 참가해 덴마크 등 유럽 바이어들에게 호평받았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현지의 감성을 지녔지만 파리 컬렉션도 나가고 싶어요. 제 옷이 세계 어디서든 환영받고 싶은 욕심이 있거든요.”



이번 쇼에선 평소처럼 이번엔 라인을 바꿨다. 슬림하고 딱 붙는 과거 옷들과 달리 좀 더 넉넉해졌다. 니트에도 처음 도전하고 화려했던 디테일도 상당히 정리한 옷들을 선보였다.



스티브제이&요니피

영국서 뜨고 일본·홍콩 11개국 수출




남자는 팔자 콧수염에 안경을 썼고, 여자는 베레모를 쓰고 짙은 눈화장을 했다. 디자이너 정혁서·배승연의 시그너처 같은 모습이다. 둘은 서른세 살 동갑내기 부부다. 각각 영국 센트럴세인트마튼 스쿨(남성복 수석 졸업)과 런던패션대학을 나왔다. 각자의 영어 이름을 딴 브랜드를 만들고 바로 2006년 런던패션위크에 참가했다. 그 뒤엔 로레알 헤어쇼에 의상을 협찬하고 톱숍과 콜레보레이션을 하면서 굵직굵직한 일을 맡았다. 보그닷컴(vogue.com)에서 꼽은 ‘눈여겨볼 디자이너’에 뽑혔고, 해외 패션잡지에도 자주 등장했다. 2006·2007 연속으로 받은 삼성패션디자인펀드는 활동에 큰 힘이 됐다. 2008년부터 서울패션위크 무대에 섰다.



올 봄·여름 상품은 영국 외에서도 호응이 컸다. 영국 특유의 완벽한 재단을 강조하면서 펑키적인 ‘유쾌함’을 잃지 않는 그들의 디자인을 알아봐 줬다.



이탈리아 밀라노 최고급 부티크에 입점되고 일본·홍콩 등 11개국에 수출됐다. 그러자 국내에서도 러브콜이 왔다. 신세계백화점 편집매장에 수입옷과 나란히 걸리게 된 것. 연세대에선 겸임 강사로 강단에 서기도 한다. 내년 말엔 미국으로 베이스를 옮길 예정이다. “아무래도 뉴욕이 시장이 가장 넓잖아요. 그렇다면 당연히 도전해야죠.”



▶이번 쇼에선 1980년대를 모던하게 풀어냈다. 고급스러운 캐주얼이 주류다. 설치미술처럼 독특한 런웨이가 준비됐다. 동그란 무대 뒤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한 것. 여자들이 화장실에서 나올 때가 가장 완벽하고 아름답다는 이유다. 모델들은 물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캣워크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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