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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지방선거 통해 여성정치인 대거 등장하길

지난달 중순 중앙일보가 보도한 대선주자의 지지도 조사 결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단연 선두였다. 차기 대선까지는 불확실성 요소가 많아 실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무리지만 여성의 대선 경쟁력은 충분히 확인됐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여당과 제1야당의 유력 후보군에 여성이 거론된다. 이제 여성의 정치적 진출을 놓고 “암탉이 울어 날 샌 일 없다”는 식으로 반응한다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것이다.



지난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미국에서는 3월을 여성 역사의 달로 지정하고 사회에 공헌한 여성들의 노력을 기린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는 여러 뛰어난 여성들의 도움을 받아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백악관에서 외모, 지성과 겸허한 자세를 갖춘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국내 개혁입법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대외정책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조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과 역사적 비전을 공감하고 팀워크를 유지하면서 하원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해 건강보험개혁을 이뤄냈다. 칠순의 그녀는 다섯 아이를 양육하고 막내가 고등학교 졸업생이 되던 해 정치에 입문해 3년 전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이 되었다. 힐러리 국무장관 역시 영부인을 거쳐 상원의원이 됐고, 대통령직에 도전하는 여성 미답(未踏)의 길을 개척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치열하게 경쟁했던 대통령의 국정 동반자로서 국제무대에서 미국을 대변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교학상장(敎學相長)의 20여년을 보내면서 필자는 매 3월 신학기면 우리 사회에 우수한 여성인력이 많아지는 것을 실감한다. 정치·외교학과의 학사과정 전공생을 보면 여학생 비율이 1990년대 중반 이후 현저히 증가했다. 2000년대 중반을 고비로 과반을 넘었다. 여학생들은 학업 성적이 출중하다. 학생활동에서도 지도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법조인·행정공무원·외교관·언론인·학자 외에 정치인이 되겠다는 포부도 피력한다.



정치는 남성 전유물이 아니다. 정출다문(政出多門)이라고 하듯이 누구나 이해관계가 있어 관심을 두는 것이 정치다. 정치의 목적은 방위와 치안유지를 넘어 구성원들의 생계를 안정시키고 건강과 교육 기회를 확대해 인간다운 생활과 행복을 증진하는 것이다. 이런 일에 여성이 남성보다 잘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싸움이 완연한 우리 정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문제 해결의 정치로 변해야 한다. 거칠고 부수는 정치 대신 부드럽고 만들어가는 정치가 자리 잡아야 한다. 이 대목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크게 기대된다.



그러나 사회 현실은 유능한 여성인력의 증가에 부응해 성차(性差)를 완화하는 정책과 제도의 개선이 신속하게 뒤따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여성 실업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20만 명이 대학졸업자라는 통계가 발표됐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2008년 여성권한척도(Gender Empowerment Measure)에서 한국은 108개국 중 68위로 나타났다. 한국은 정치·행정·전문기술직 분야에의 여성 참여와 의사결정권에 비춰 결코 선진국이 아니다.



의원선거에서 여성당선자의 비율을 높이려면 비례대표 의석의 비중을 늘리고, 정당의 후보자 공천에 여성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 우리의 경우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별로 확대되지 못했다. 다만 정당공천 여성할당제에서는 진전이 있었다. 2004년 국회의원 선거, 2006년 지방의회 선거에서 비례대표 여성공천 할당제로 인해 여성의원 비율은 국제 기준의 평균 수준이 되었다.



지난 12일 발효한 개정 공직선거법은 각 정당이 국회의원 선거구마다 광역·기초의원 지역구 후보 1명 이상을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의무화했다(제47조 5항, 제52조 2항). 지방의원선거에서 여성 당선자의 비율을 제고하는 것이 긴요하다. 영국 하원은 1997년 총선 이전 여성의원 비율이 10%를 상회하지 못했다. 토니 블레어는 노동당 지지도가 강한 선거구에 여성후보자를 대거 공천해 여성의원 비율을 20%에 육박하도록 높였다. 그런데 영국의 지방의회에서는 그 전에도 여성비율이 30%에 가까워 지방정치 경력을 갖춘 많은 여성이 중앙정치로 활동 무대를 어렵지 않게 옮길 수 있었다.



여성 자신들이 정치에 진출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보이고, 정당들은 지역구 여성할당제에 개방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 지방정치 수준에서 여성정치인층이 두텁게 형성되는 것이 중앙정치를 바꾸는 단초가 될 것이다.



박찬욱 서울대 교수·정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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