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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세상 탐사] 몽골 속 북한의 기이함

몽골은 특별한 기억을 떠올린다. 1986년 북한 주석 ‘김일성 사망 소동’이 있었다. 소동은 한·미 정보당국의 오판과 미숙에서 비롯됐다. 북한 방송의 특이 동향과 조기 게양을 변고로 파악했다. 그 첩보는 확산, 증폭된다. 대부분의 신문이 ‘김일성 사망’으로 단정해 보도했다. 대형 오보의 망신이었다. 중앙일보만은 ‘사망설(說)’ 수준에서 제대로 다뤘다. 소동을 잠재운 것은 몽골 서기장의 북한 방문이다. 김일성은 칩거를 깼다. 평양 순안공항에 직접 나갔다. 그 영접 장면으로 해프닝의 막은 내렸다.

사회주의 시절 몽골은 북한과 그만큼 친했다. 수도 울란바토르의 최고 관광 명소는 자이승 승전탑이다. 그 근처에 2층짜리 ‘북한 전쟁고아원’ 건물이 남아있다. 두 나라 친선의 유적지다. 6·25전쟁 시절 1952년 북한은 전쟁 고아 200명을 몽골에 보냈다. 몽골은 고아들을 친자식처럼 키웠다. 유치원·초등학교 교육도 시켜주었다.

56년 김일성은 몽골을 방문했다. 그는 고아원을 찾았다. 그 이벤트를 담은 기록영화(‘이웃 나라 귀빈’)도 남아있다. 몽골 영화부가 제작했다. 스크린에서 44세의 젊은 김일성은 몽골 정부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고아들이 김일성 앞에서 몽골의 전통춤을 추는 장면도 있다. 그 영화는 두 나라가 형제임을 과시한다. 인종적 유사성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런 시절은 사라졌다. 흑백의 그 영화만큼이나 몽골·북한 관계는 오래됐지만 빛바랬다. 울란바토르에는 ‘서울의 거리’가 있다. 그만큼 한국과 가깝다. 성공한 한국을 부러워하고 배우려 한다. 지난 26일은 한국과 수교 20주년 기념일이다. 몽골의 한 언론인은 남북한을 이렇게 비교했다. “칭기즈칸의 유목 문화정신은 개방, 시대흐름에 빠른 적응, 미지에 대한 도전이다. 한국의 비약적 발전에는 그런 유목문화가 담겨 있다. 반면 북한은 기이하다. 폐쇄와 아집은 유별나다. 그것은 세계를 제패했던 몽골적 문화에선 이단"이라고 말했다.

90년 몽골 엘리트들은 유목문화의 그런 정신을 실천했다. 그 무렵 공산 국가들의 체제 전환과정은 진통의 소용돌이였다. 소련은 쿠데타와 엄청난 혼선을 겪었다. 루마니아는 유혈사태를 경험했다.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시민들에 쫓겨 총살을 당했다. 하지만 몽골은 달랐고 특별났다. 체제 변혁은 유연하게 진행됐다. 집권층과 반체제 세력은 타협했다. 엘베그도르지 대통령은 당시 민주화 운동의 기수다. 그는 본지와 수교 20년 기념 인터뷰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민주화 세력은 법을 통해 체제를 바꾸려 했다. 정부에 무력동원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화를 추구했지만 극단적으로 나가지 않았다. 몽골 집권당도 체제 전환의 대세를 수용했다.

몽골 엘리트의 역사 관리도 유연하다. 울란바토르에는 레닌 동상이 아직 있다. 모스크바의 레닌 동상은 목에 밧줄이 걸려져 쓰러졌다. 그 장면을 비교하면 독특한 감상이 일어난다. 레닌 동상의 존재는 공산주의 향수가 있어서가 아니다. 레닌의 소련이 몽골 독립을 지원해준 데 대한 보답이다. 레닌의 혈통에 몽골 피가 섞인 점도 이유라고 한다. 몽골 지도부는 역사의 영욕을 안다. 칭기즈칸은 동서양을 평정했다. 하지만 그 후 몽골은 몰락했다. 그런 극단의 경험은 역사 접근의 균형감각을 제공한다.

몽골의 변혁 모델과 사례들이 북한에 적용될 수 있는가. 대다수 대북 전문가들은 고개를 흔든다. 몽골은 내각제 성격이 강한 이원집정부제다. 총리가 여당, 대통령은 야당이다. 두 사람 모두 47세로 젊고 역동적이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몽골은 물론 베트남, 동유럽 국가들의 지도층 대부분은 북한 권력층과 말이 안 통한다고 토로한다. 김정일의 지도부는 노쇠했다. 혁명 세대가 아직 영향력을 행사한다. 다른 나라 리더십과의 세대차, 문화차이가 엄청나다. 북한 지도층은 국제적 고립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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