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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 절묘한 일치감, 음악적 색깔도 잘 정돈

14년 전 우중충하고 침침하던 한국 실내악계에 눈부시고 화사한 색채의 음향이 거침없이 쏟아졌다. ‘화음 체임버 오케스트라(이하 화음체임버)’의 화려한 데뷔였다. 젊은 연주자들의 패기 넘치는 색깔은 음악계에 충격적이고 신선한 감동을 안겨줬다.CJ그룹은 강력한 후원으로 화음체임버의 약진을 도왔다. 기업이 14년 동안 한 연주단체를 꾸준히 지원한 것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순수한 예술적 가치관을 가진 연주단체와 기업의 성공적인 조화였다.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화음체임버 오케스트라 34회 정기 연주회

올해 화음체임버는 그 둥지를 떠났다. 우선 CJ와의 파트너십을 끝내고 자립을 결정했다. 오케스트라 악장과 각 악기의 수석 등 주요 멤버도 바뀌었다. 둥지라는 1단계 시절을 마치고 홀로서기라는 2단계에 돌입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또 다른 화음의 세계’는 어떨까. 24일 저녁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34회 정기 연주회는 이 질문에 답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화음체임버를 떠난 1기 멤버는 초호화였다. 배익환(바이올린), 비올라 수석 마티아스 북홀츠, 첼로 수석 조영창, 베이스 수석 미치노리 분야는 활기 넘치고 강력한 음악적 에너지를 분출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배익환은 뛰어난 실내악적 아이디어와 화려한 보잉의 드라이브로 노도(怒濤)처럼 카리스마 있는 연주를 들려줬다. 첼리스트 조영창이 주도하는 저음(低音) 파트는 아늑하고 깊었다. 여기에 고음 악기의 탄력 있는 긴장감이 맞물려 냉온의 적절한 배합을 이뤄냈다.

하지만 수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꿈같은 영감을 불어넣는 수채화를 그리는 데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시적이고 사색적인 경지 또한 기대하기 힘들었다.2기 멤버들의 과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새 악장 이경선(바이올린ㆍ서울대 교수), 비올라 수석 김상진(연세대 교수) 이하 전 단원은 24일 현 군단이 일으키는 물결이 어떻게 출렁이며 넘실대는지 보여줬다. 1기의 연주가 카리스마를 분출하는 데 성공했다면, 2기 주자들은 뛰어난 감성을 표현하는 것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에서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전 단원의 일치감을 표현했다. 음악의 색깔 또한 정돈됐다. 다만 좀 더 다양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판타지, 저음 파트의 유려한 선율 등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곁들여진다.

벤저민 브리튼의 18명의 현악 주자를 위한 프렐류드와 푸가 Op.29에서는 연주 초반 다소 긴장을 풀지 못하는 듯했다. 전반부의 서주에서 짜임새 있는 소리가 미흡했고, 강인함도 부족했다. 소리는 뒤의 푸가 부분에 가서야 안정적으로 모아졌다.

화음체임버의 ‘대표 상품’은 아무래도 화음 프로젝트다. 작곡가가 미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곡을 쓰고, 청중이 음악과 미술을 함께 볼 수 있도록 연주ㆍ전시하는 것이다. 화음체임버는 이 프로젝트를 1993년 시작했다. 이날 공연에서 선보인 작곡가 조인선의 ‘16개의 물결이 바다가 되어’는 90번째 작품이다.

화음체임버는 새 출발을 기념해 이번에는 그림 대신 개념을 주제로 작품을 위촉했다. 단원 하나하나를 소개하며 시작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조인선은 작품성 높은 음악을 선보였다. 작곡가는 16명 단원 개개인의 소리가 돋보이도록 배려했고 단원들은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기량을 가지고 있었다. 뛰어난 작품성에 뛰어난 연주력이 더해져 만족스러웠다.

이날 본 화음체임버의 가장 큰 변화는 단원들의 자세다. 수석들의 움직임과 같이하려는 수동적 자세가 능동적으로 바뀌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적극적 몰입은 매우 고무적이다. 단원 전체가 상하 조직의 형태가 아닌, 한 덩어리의 소리를 구사하려 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이 청신호를 바탕으로 화음체임버의 무한한 가능성이 실현되는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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