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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힘겨울 때 힘이 되는...

“사람들은 흔히 변화가 우리에게 낯설다는 이유로 변화 자체를 거부한다. 또 변화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위험하다는 핑계를 대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수용하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게 되고 이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달려 있다.”

김성희 기자의 BOOK KEY: 『센텐스』의 주옥 같은 문장들

뭔가 그럴 듯한 말 아닙니까. 이거, 밀리언셀러였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지음, 진명출판)에 실린 겁니다. 분명히 책을 읽었고, 어디선가 교육을 받으며 애니메이션으로도 보았지만 이런 의미심장한 구절은 잊힌 상태였습니다.
『센텐스』(공선옥 외 엮음, 플럼북스)란 책에서 다시 이 구절을 보고 나서야 ‘아!’ 하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이런 선집의 미덕이겠지요. 한 권의 책을 읽을 땐 흘려 보냈다가 새삼 의미 부여를 한 대목을 접하면 감동이 새롭고 오래 가게 하는 힘 말입니다.

이 책은 우리 곁의 독서가 60명이 자기 마음을 사로잡은 문장을 추천한 것을 묶은 것입니다. 처음엔 스윽 치웠더랬습니다. ‘내 영혼의 한 문장’이란 부제도 썩 마음에 와닿지 않았고, 잘나가는 이들을 이용한 얄팍한 기획물이란 선입견이 작용했던 게지요. 그런데 조금 읽어보며 그런 생각을 버렸습니다. 우선 책은 ‘멋지고 아름다운 글’을 묶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문학 작품이나 명저만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의 대사 등에서 뜻 깊은 내용을 고르고 추천인들이 관련된 사연을 덧붙인 형식인데, 읽는 맛이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이른바 명사들이 아니라 독서가들이 골라낸 보석 같은 구절이어서 웃음도 나오고, 찡하기도 하고, 고개를 주억이기도 하고….

앞의 글을 추천한 장영철 방송 PD의 글에선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가 예전에 여건이 좋지 않은 작은 프로덕션에 근무할 때 사장이 『누가 내 치즈를…』를 직접 사서 직원들에게 권했답니다. 읽고 근무태도를 바꾸라는 뜻이었겠지요. 한데 꾸역꾸역 책을 읽은 직원 중 상당수가 깨달음(?)을 얻어 절반 가까이가 사직서를 제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답니다. 장 PD가 감상문 끝에 “사장님이 고마웠던 유일한 순간이었다”고 적었더라고요.

그런가 하면 김철환 인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글을 보고는 부끄러우면서도 찡했습니다. 김 교수는 1980년 자신이 다니던 대학의 시국토론 현장에서 들은 이름 모를 법대생의 발언이 자기 인생을 바꾸었답니다.

“여기서 우리가 공부하게 된 것은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다. 우리 대신 희생당한 노동자, 농민, 빈민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지금 공장에서 일하든지, 시골에서 농사를 짓든지, 가난에 시달리면서 겨우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부모의 은혜를 잊어서는 안 되듯, 그들의 땀과 눈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글을 소개한 그는 자기가 혹 조금이라도 가난한 사람들과 나눈 것이 있다면 상당 부분은 그 학생 덕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인생의 지침이 될 한 마디, 한 구절을 만난 김 교수가 부러웠습니다.

이런 기획물은 진정성, 진솔한 글에 기대야 빛을 발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뛰어납니다.
“알리바이라면 우리 시대의 시민 모두가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어느 곳의 역사가 20년밖에 안 된다는 것은 곧 그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책임을 남에게 전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80년 사북사태를 증언한 작가 조세희의 『침묵의 뿌리』(열화당) 중 한 구절입니다. 오랜만에 다시 본 이 구절을 보며 그런 확신이 더해졌습니다.



경력 27년차 기자로 고려대 초빙교수를 거쳐 출판을 맡고 있다. 책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 『맛있는 책읽기』등 3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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