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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도자기가 사람 마음을 거칠게 합니다”

뮌헨 국제수공박람회에서 혁신조형 부문 금메달을 받은 황갑순 교수가 수상 작품 앞에 앉았다.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수공박람회(Inter-nationale Handwerksmesse Mnchen·3월 3~9일)에서 황갑순(47) 서울대 미대 도자공예전공 교수가 금메달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대 52동으로 찾아갔다. 하얀 흙가루가 덕지덕지 묻은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난 황 교수는 수상 소감을 말하는 대신 “학생들이 어떻게 도자를 만들고 있는지 보시라”면서 이곳저곳 구경부터 시켰다.

뮌헨 국제수공박람회 혁신조형부문 금메달 받은 황갑순 서울대 미대 교수

“우리는 뉴질랜드산 고령토나 독일산 백토를 씁니다. 전업 작가들도 잘 못 쓰는 최고급 재료이죠. 다듬는 데 쓰는 굽칼의 경우 보통 부지깽이를 구부려 쓰거나 5000원짜리를 사서 쓰지만 우리는 밀링용 경도에 황동 손잡이, 크롬 코팅을 한 15만원짜리입니다. 최고의 재료와 최고의 도구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물레를 돌립니다.”

2003년 가을 서울대에 부임한 그는 ‘재료 무제한 사용 환경’을 위해 시스템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매 학기 재료비 25만원만 내는 대신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거나 바자회를 해서 작품을 팔면 10%를 기부하게 했다. “(낸 돈보다) 재료를 많이 쓰는 학생이 많죠. 그럼 손해 같지만 그런 애들이 작품도 좋고, 그러니까 상도 많이 받아오고, 또 잘 팔리거든요. 그럼 또 기부하잖아요.”

그는 ‘공업 규격’이란 말을 많이 했다. 독일의 대표적인 도자기 회사인 마이센 국립 자기제작소 등에서 수년간 프로젝트를 하며 얻어낸 결론은 예술과 산업의 화해다. “대학에서 실험정신을 내세우는 것도 좋지만 사회적 설득력과 시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도 그걸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다.

그가 도자기의 깊은 맛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서울대 미대 2학년 때 ‘독일 도예가 그룹 83’의 전시를 구경하면서부터. “어떻게 흙으로 이렇게 만들 수 있나, 이건 화학이구나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독일 킬(Kiel)에 있는 무테지우스 아카데미(Muthesius-Academy of Fine Arts)를 찾아갔죠.” 그곳의 첨단 장비와 재료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작업실 귀신처럼 사는 동양인 제자에게 스승 요하네스 게브하르트(Johannes Gebhardt) 교수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학금과 스튜디오가 제공됐다. 그 무렵 함께 공부하던 강지숙(48)씨와 결혼도 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가 유약이다. 함부르크 수공예박물관 큐레이터인 뤼디거 요핀 박사는 그를 두고 “수백 가지 유약을 통해 투명성과 빛의 굴절 등의 미묘한 뉘앙스를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고령토·석영·장석·석회석 등에서 칼륨·나트륨·마그네슘을 어떻게 추출하고, 어떤 재료에 어떻게 배합해야 어떤 작품이 나오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그의 컴퓨터 속에 차곡차곡 저장돼 있다. 그리고 이 자료는 재학생 및 졸업생과 공유한다.

그는 상복도 많다. 세계적인 디자인공모전인 레드닷에서 사람 피부 같은 촉감의 도자기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2003년), ‘하이 디자인 퀄리티’(2005년) 부문 상을 수상했다. 가장 영광으로 여기는 것은 2003년 받은 독일 문화상 쿨투르 악투엘(Kultur Aktuell)이란다. 윤이상 선생이 받았던 것으로 2년마다 단 한 명에게 수여한다. 그가 19번째다.

이제 금메달 얘기가 나올 참이다. “이번 대회는 손으로 만드는 모든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데 15만 명 이상이 보러 옵니다. 42개 분야에 1000명이 참가했는데 21명이 금메달과 5000유로의 상금을 받았죠.” 설명이 짧았다. 그에게 도자기란 과연 무엇일까. 그는 박제가가 쓴 『북학의』의 한 대목을 들려주었다.

‘장인이 거칠게 물건을 만들자 백성들이 (물건을 마구 대하며) 거칠게 일했다. 마음이 거칠어진 것이다. 자기 하나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자 나라의 온갖 일들이 그 그릇을 본받게 되었다.’
그와 그의 제자들이 정갈한 마음을 담아 만든 그릇들은 4월 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LVS에서 열리는 ‘퇴적’전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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