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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복지국가의 골칫거리, 소비하지 않는 ‘신 빈곤층’

 새로운 빈곤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이수영 옮김, 천지인

240쪽, 1만7000원




‘잉여인간’. 손창섭이 1958년 발표한 소설 제목이다. 글자 그대로 남아 돌아가는 인간이다. 할 일이 없어 매일 친구 병원에 찾아가 한담으로 소일하는 무능하고 가난한 인간이다. 이들을 통해 손창섭은 전란 뒤 가난과 실의에 시달리는 당시 시대상을 고발했다. 이 책 역시 잉여와 결핍을 통해 빈곤을 설명한다. 모던(moderrn)한 사회, 즉 대량생산사회에서의 빈곤은 잉여에서 발생한다. 일자리보다 사람이 더 많기에 실업자가 잉여인간이다. 이런 사회에서의 가난은 일자리가 없거나 일할 의지가 없어서 생겨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두 가지다. 일자리를 주고 일할 의욕을 자극하라.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건 전자 때문이고, 노동을 ‘신에 대한 인간의 의무’라고 강조하는 건 후자 때문이다.



하지만 포스트 모던한 사회, 즉 소비자사회에서의 빈곤은 결핍과 동의어다. 가난한 사람은 소비자의 의무가 ‘면제’된 인간이다. 예전에는 실업자가 빈곤층이었지만 지금은 비(非)소비자, 부족한 소비자가 빈곤층이다. 빈곤의 의미와 빈곤층의 내용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새로운 빈곤’이다. 언뜻 보면 말 장난 같다. 실업자니 소득이 없고, 그러니 비소비자라는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하지만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몇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빈곤층이 실업자라면 복지정책은 명분이 있다. 실업자가 산업예비군이라서다. 조만간 일자리 전선에 뛰어들 자원이기 때문에 실업자가 굶어죽지 않도록 하려면 사회안전망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비소비자로 보면 복지정책은 존립할 이유가 없다. 소비자 사회에서 소비하지 않는 사람은 보호할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탈복지’일변도인 이유다.



또 소비자사회에서는 설사 완전 고용이 가능하다고 해도 빈곤층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소비의 빈곤은 결국 주관적 결핍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가 성장할수록 양극화는 심화되기에 빈곤은 더욱 확대된다. 이래저래 빈곤의 해법은 없다는 얘기다. 지은이는 소득 확보능력과 소득 자격을 구분하는 게 해법이라지만, 비현실적인 방안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닐까.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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