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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 BOOK] 20세기 소유한 록펠러·모건 두 가문의 어두운 힘

제1권력

히로세 다카시 지음

이규원 옮김

프로메테우스

560쪽, 2만5000원




일본의 반핵운동가 히로세 다카시가 20여 년 전 발표한 이 책의 부제는 ‘자본, 그들은 어떻게 역사를 소유해 왔는가’이다. 자본가야말로 세상의 으뜸가는 권력인데, 이들이 자기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20세기사를 뒷전에서 조종해 왔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미국사에 국한된다. 은행업에서 출발했던 JP모건, 석유업으로 시작한 록펠러 등 두 독점자본이 백악관은 물론 식량·과학·영화를 장악해 온 과정을 살핀다.



때문에 지난주 소개된 앨런 케이헌의 『지식인과 자본주의』와 정반대다. 그 책이 반(反)자본주의를 외쳐온 지식인의 위선을 비판한다면, 『제1권력』은 ‘자본=악의 축’이라고 단정하는 반기업 쪽이다. 추천의 글을 쓴 고려대 교수 강수돌은 한 걸음 나아가 “자본·권력이란 곧 조직범죄 집단임을 소름 끼치도록 알게 해준다”고 흥분하는데, 마치 길거리의 격문(檄文)처럼 섬뜩하고 거칠어 읽기에 거북하다. 어쨌거나 책 저자는 19세기 후반 태동한 대표적인 미국 재벌 모건·록펠러의 영향력은 오래 전 소멸됐다는 통념을 부정하고 출발한다.



두 가문의 영향은 소멸은커녕 “오늘날에도 측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489쪽)한데, 이를테면 1983년 미국 10대 매출 기업은 두 가문 출신들이 쥐고 있다. 엑슨 모빌·IBM·인디애나 스탠더드 오일·소칼(이상 록펠러 가문), GM·텍사코·듀폰·GE(이상 모건 가문)가 모두 그렇다. 백악관 역시 마찬가지다. 20세기 첫 대통령인 매킨리 이후 레이건에 이르기까지 각료 자리 366개가 있었는데 290개, 즉 79%가 두 가문의 사람으로 심어졌다. 백악관만 그런가? 20세기사란 두 가문의 이권 다툼 과정에 다름 아니다.



20세기 초 미국의 ‘석유 왕’이라 불렸던 존 D. 록펠러의 손자들. 뉴욕 주지사·부통령을 지낸 넬슨(사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비롯한 5형제는 주지사· 체이스맨해튼 은행 운영자 등을 맡아 20세기 후반 미국 정재계의 주역으로 활동했다. [중앙포토]
저자가 시도한 방식은 간단하다. 핵무기 개발에서 한국전쟁 발발에 이르는 20세기 사건에서 결정적 의사결정을 한 인물을 추적해 모건·록펠러 가문 사람인지 여부를 가려내는 방식이다. 맨해튼 프로젝트만도 그렇다.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개발된 원폭의 책임자는 과학자 오펜하이머. 하지만 그는 과학자일 뿐이고 실은 두 가문에서 ‘원폭=남는 장사’라고 판단해 기꺼이 개입했단다.



한국전쟁에 관한 언급도 이 책에는 꽤 된다. 하지만 신뢰하기는 어렵다. 이 책에 따르면 6·25는 인민군의 남침이 맞다. 여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나머지는 남침유도설(미국은 인민군의 남침을 은근히 기다려왔다는 논리)을 포함해 1980년대 유행하던 수정주의 학설을 충실히 따르고 있어 저자의 편향된 성향을 가늠케 한다. “미국은 분명 전쟁을 바라고 있었으며”(287쪽), 그건 모건·록펠러 가문의 이익과도 부합했다는 식은 지금은 많이 낡은 음모론이다.



『제1권력』은 공들인 논픽션이 분명하다. 자료를 뒤진 흔적도 대단하다. 하지만 1986년 선보인 책이라서 4반세기 가까운 시차가 메워지지 않은 채 그대로 등장하고 있어 크게 아쉽고, 많이 봤던 방식인 음모론 쪽의 세상 비판 시각이 마음에 걸린다. 물론 예전의 음모론과 전개방식이 다르다지만 대동소이한 내용이다. 결정적으로 주류 사회, 주류 역사에 대한 적개심이 지나치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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