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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해외 반출 문화재 담당자 딱 한 명인 문화재청

해외로 빼앗긴 문화재가 널리고 널렸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문화재청 담당자에게 ‘약탈 문화재’ 자료를 달라고 했더니 난색을 표했다. 해외 소재 문화재의 목록은 있지만, 그것이 약탈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는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올 초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해외 소재 문화재 목록을 10만여 건까지 파악해 발표했다. 그러나 도서관·박물관 등으로부터 학술적 연구 목적으로 자료를 받아 목록화한 것일 뿐, 문화재의 반출 경로까지 분석한 건 아니었다. 그래서 문화재 환수운동을 벌이는 몇몇 민간 단체와 접촉했다. 그러나 ‘약탈 문화재’라고 선뜻 꼽을 수 있는 문화재는 기준을 느슨하게 잡아도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재 10만 건이 전부 ‘약탈 문화재’라 착각해선 안 된다. 그것은 마치 한국인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외국 문화재는 ‘약탈 문화재’라 셈하는 것과 다름없다. 함부로 ‘환수’ ‘반환’을 말하기 전에 어떤 것이 약탈 문화재인지 면밀히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문화재 제자리 찾기’의 혜문 스님은 『조선왕조실록』 47책을 돌려받기 위해 도쿄대를 열한번이나 찾아갔다고 한다. 약탈 문화재를 입증하는 일은 전문가적 식견에 시간과 돈, 집요함까지 필요한 노역이다.



문화재 담당 실무 당국인 문화재청은 여태 뭘 하고 있었냐고 묻고 싶다. 그런데 알고 보니 물을 수가 없다. 국외 소재 문화재 관련 전담 인력은 ‘국제교류과’에 배치된 1명이 전부다. 환수 운동을 벌이는 민간 단체를 지원하고, 국가 간 회의를 위해 국제회의에 참석하고, 외국의 사례를 조사하고, 외교협상 자료를 만드는 등의 임무를 맡고 있단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수많은 입이 쉽게 ‘환수’를 외친다. 그런데 현장에서 발로 뛸 사람은 딱 한 명을 뒀을 뿐이다. 올해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국외 소재 문화재 보호 및 환수 활동의 지원’ 항목이 신설됐다. 법대로라면 내년부터는 사정이 좀 나아질까.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경희 문화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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