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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석의 Wine&] 마피아는 잊어라 … 시칠리아 최고의 수출품은 와인

“인생은 네가 영화에서 본 것과는 달라. 인생이 훨씬 힘들지.”

영화 ‘시네마천국’에서 알프레도가 주인공 토토에게 던진 충고다. 소년 토토는 ‘시네마 파라디소’라는 낡은 영화관에서 영화기사 알프레도에게 영화와 인생을 배운다. 감독인 주세페 토르나토레는 자신이 태어난 시칠리아의 풍요로운 자연과 순박한 사람들을 영화에 등장시켜 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알프레도의 가르침처럼 영화는 영화일 뿐.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에서 모질게도 못사는 동네였다. 무더위와 가난이 혼재했고 외세의 침략도 잦았다. 고대 그리스의 식민도시가 건설된 후 로마와 비잔틴제국, 아랍과 노르만족이 번갈아 가며 침략해 시칠리아의 곳간을 털어갔다. 20세기 들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탈리아에서 1인당 평균 급여는 최저 수준이었고 실업률은 20%에 달했다. 외세의 빈틈은 마피아가 차지해 지하경제만 커졌다. 하지만 20세기 말부터 시칠리아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00년 1만3000유로에 불과했던 1인당 GDP가 2008년 1만8000유로로 뛰었다. 실업률도 낮아졌다. 시칠리아의 변신을 주도한 것은 바로 와인이다.

지중해성 기후와 광활한 대지의 시칠리아는 예부터 질 좋은 포도 생산지로 유명했다. 하지만 생산한 포도들을 대부분 이탈리아 본토에 수출했다. 와인 전문가 고형욱씨는 “1990년대 초만 해도 시칠리아엔 마르살라처럼 달콤한 화이트 와인이 주류였다”며 “레스토랑에서 레드 와인은 3~4종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80년대 중반 시칠리아 주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양조장들은 독자적인 생산 라인과 병입 설비를 갖추고 자신들의 와인을 만들었다. 시칠리아산 와인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현재 시칠리아의 와인 생산량은 이탈리아 내 최대 규모로 호주 전체 와인 생산량과 맞먹는다. 학계에선 토양과 포도 품종에 대한 연구로 생산자들을 측면 지원했다. 이렇게 해서 화산지대 에트나는 ‘이탈리아의 부르고뉴’로 거듭났다. 6000년 시칠리아 역사는 와인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에 적극 활용됐다. 돈나푸가타 와인(사진)의 경우 19세기 시칠리아로 도망 왔던 비운의 왕비 마리아 카롤리나의 이미지를 레이블에 표현해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지난 6일 개최된 ‘시칠리아 앙 프리머’에선 시칠리아 와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매년 봄 열리는 이 행사는 현지 와인 생산자들이 올해 출시할 와인을 미리 선보이는 자리다. 전 세계에서 초청된 와인 전문가들은 시칠리아 와인의 품질에 놀라워했다. 현지에서 만난 홍콩의 와인 칼럼니스트 로니 라우는 “시칠리아 와인은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의 와인을 대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칠리아 최대 와인회사 세테솔리의 살바토레 리 페트리 사장은 “마피아로 얼룩진 시칠리아의 이미지가 와인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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