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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화포럼 릴레이 토론 - <1> 국민 의식의 선진화

대한민국은 이른 시간 내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흔쾌히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물론 우리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곳은 많다. 2050년이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선진국 문턱을 확실히 넘지는 못한 게 현실이다. 그 한계를 뛰어넘자는 취지에서 한국선진화포럼과 중앙일보는 ‘2010 대한민국: 선진화를 위한 과제와 전략’이라는테마로 연중 토론회를 기획했다.

25일 ‘국민의식의 선진화’를 주제로 한 첫 모임에서 발제자들은 시장경제·국가 정통성·법치주의에 대한 올바른 인식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현재의 대한민국을 이끈 주요 축인 시장경제와 관련해 “경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참석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한국선진화포럼은 25일 ‘국민의식의 선진화’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김세원 이사장(왼쪽에서 둘째)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은 국가 정통성·시장경제·법치주의에 관한 의미를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룡 기자]
시장 경제 “고시원에 불이 나도 피해자들이 보상을 못 받은 경우가 많았다. 이후 정부가 손해·화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그 결과 보험회사들이 보험에 가입한 고시원 사업자들을 감시한다. 화재가 나면 곧바로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무원 한 명 뽑지 않았지만 사실상 모든 고시원이 전기 점검을 받고 있다.”

홍익대 김종석(경제학) 교수가 설명한 ‘시장의 기능’이다. 시장경제는 재산권이 보호되고 계약과 경제활동의 자유가 보장되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한 최선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시장은 이념이 아닌 제도다. 특히 유인 창출과 자원 배분에 유리한 제도다. 하지만 시장경제에 대한 잘못된 관점 탓에 ‘나쁜 제도’로 인식되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김 교수는 “성공한 역사를 만들어온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기 위해선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장경제라는 말에서 적잖은 사람들이 경쟁과 효율만 떠올린다. 그 결과 시장경제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쌓여 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오해로 ▶시장경제는 부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불완전한 시장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며 ▶공익은 공조직만이 보호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을 꼽았다.

그는 “시장경제를 비판하는 주장은 대부분 국민 감정이나 정서에 호소해 쉽게 다가온다”며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주장은 논리와 이성에 근거해야 해 오해가 쉽게 쌓인다”고 말했다.

결국 이를 풀 수 있는 방안은 ‘교육’으로 귀결됐다. 김 교수는 “십수 년간 중·고등학교 교육과 지식인 사회의 저변에 시장경제를 비판하고 왜곡하는 움직임이 쌓이면서 반시장경제 정서가 확산됐다”며 “의식 개혁과 계몽, 캠페인이 우선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과서 문제를 먼저 언급했다. 그는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점인 중·고등학생과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장경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2007년 교육부와 경제학회 등이 공동으로 만든 시장경제 교과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청중의 질문을 끌어냈다.

-빈부 격차 확대에 대한 정책은 소득재분배가 아닌 빈곤의 해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세금을 통한 재분배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 우리나라의 세제와 재정정책에는 재분배 기능이 있다. 이런 자동장치로 내재적인 접근을 해야지 특정 정권이 재분배를 정책 목표로 삼아선 안 된다. 그럴 경우 국내외 경험으로 볼 때 오히려 소득 격차가 심해졌고, 하향 평준화를 초래했다는 점이 이론적·실증적으로 입증됐다.”

-말은 옳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없다. 정부가 제대로 못해서 그런 건가.

“격차는 문제지만 이를 해소하려는 시도는 역사적으로 실패했다. 그럼에도 정치적 영합주의 때문에 실패한 시도는 끊이지 않는다. 나눠주겠다고 하면 표가 모인다. 무상급식이 대표적이다. 반면 경제성장을 통해 기회 제공하겠다는 것이 옳지만 쉽지는 않다.”

-공익 추구는 공조직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민간에 의한 혁신이 가능한가. 정부 지원이 성공한 사례도 많다.

“시장도 불완전하지만 정부도 불완전하다. 1960~70년대까지는 민간이 취약했지만 80년대 이후 역량이 축적되면서 시장 기능과 민간의 창의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선진화포럼은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10개월간 ▶신뢰와 사회적 자본의 형성 ▶정치 및 공공부문 선진화 ▶국가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 강화 ▶한국 사회의 개방과 국제화 ▶부패 구조 개혁 ▶노사관계 안정과 사회 갈등 구조의 해소 ▶교육 선진화 ▶복지 선진화 ▶국제적 위상과 국가 브랜드 제고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선진화 과제 기획위원으로는 김 교수를 비롯해 연세대 김용학, 성균관대 안종범, 서강대 안세영, 한성대 이창원, 명지대 강규형 교수와 박의준 중앙일보 경제에디터가 참여하고 있다.  

권호 기자

국가 정통성제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선 ‘대한민국’을 소리 높여 외치지만, 현실에선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과 폄하가 난무하는 게 현실이다.”

강규형 명지대(현대사)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이런 모순된 인식의 원인으로 ‘국가정통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부재’를 꼽았다. 또 그는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발전과정에 대한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우리 안의 부정’을 바꾸기 위해 대표적으로 제시한 것은 건국 과정이다. 대한민국 건국을 ‘민주공화국’의 탄생이란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미국과 유엔의 도움이 있었지만 이때 확립된 헌법의 기초 위에 자유민주주의가 점차 확립돼 갔다”며 “대한민국 초대 정부는 사회주의자까지 포함한 모든 국민의 정당한 투표를 거쳐 탄생한 민주주의 국가였다”고 설명했다.

그 연장선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균형 있는 평가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독재와 부정부패, 장기집권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강 교수는 “농지개혁과 건국 후 문맹률 감소, 한미방위조약 등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점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건국대통령’으로 불러도 될 정도로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이승만’이라는 이름이 좌우 대립의 상징 중 하나가 된 것과 관련해선 “이는 이념이 아닌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건전한 체제 비판이 아닌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인식은 선진국으로 가는 걸림돌”이라며 “교과서에 대한민국 성립 과정의 긍정적인 부분은 무시한 채 너무 부정적인 면만 나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원초적’이라 표현한 반일감정도 극복할 때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반일감정이 일제강점기를 벗어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데 동력이 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제는 이런 배타성과 콤플렉스를 내려놓아도 될 정도로 우리가 성장했다”고 말했다. 우리가 겨울올림픽에서 일본을 압도하고, 삼성이 소니를 앞서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엔 ‘성숙한 시민사회’를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강 교수는 “민주화를 이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의 과잉을 피해가며 시민사회를 숙성시키는 일”이라고 마무리했다. 강 교수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과잉이란 개개인의 목소리가 너무 커져 정책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세계사 최초로 민주주의 꽃을 피웠으나 스파르타에 의해 멸망한 아테네를 예로 들었다.  

권호 기자

법치주의 “우리나라에 만연된 반법치적 행태는 위·아래, 서울·시골, 빈·부, 보수·진보, 공·사의 영역을 가릴 것 없이 전방위적이고 만성적이다.”

판사로 시작해 평생을 법조계에서 몸담아 온 법무법인 태평양 김인섭 명예대표의 시선은 차가웠다. 그는 “이 때문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법치주의가 정착되지 않으면 경제 발전도, 선진화 진입도 불가능하다”고 단정했다.

왜 법치주의가 정착되지 못하는 것일까. 그는 “법의식이 미숙하고 왜곡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즉 다수의 일반 국민은, 법은 정부가 국민을 통치하는 수단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할 뿐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국민이 스스로 만든 계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그만이다’는 속담에서 보듯 우리 사회가 목적과 결과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은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수차례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지배계층의 편의적이거나 불공평한 법 운영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도 노사 문제에선 법치주의의 발전을 보였으나 포퓰리즘의 바람을 타고 있는 민생이나 교육 문제에선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역시 교육 문제는 빼놓을 수 없었다. 그는 “민주사회의 시민의식을 가치관으로 체득하지 못한 2세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가정과 학교에서 출세 지향적 성적 위주의 교육에 물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책은 뭘까. 단기와 장기 과제를 꼽았다. 그는 “단기적으로 지도층부터 법을 준수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격언을 실천해야 한다”며 “법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 줘야 일반 시민들의 준법정신이 자라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원에서는 최소한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원성이 나오지 않게 법을 엄정하고 공명정대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기 과제로는 ▶입법 과정에 국민이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교과서적인 지식과 함께 철저한 법치주의를 교육할 것 등을 꼽았다.  

허귀식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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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