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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 … 명성황후 시해 칼 환수 나선다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

일본 자객이 명성황후(1851~95)를 벤 칼 ‘히젠토(肥前刀·사진)’의 칼집에 적힌 문구다. 본지의 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 문화재 보도로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히젠토 환수위원회’가 26일 출범한다.

일본 후쿠오카의 쿠시다 신사에는 황후의 침전에 난입한 세 사람 중 하나인 도오 가스아키가 기증한 히젠토가 보관돼 있다. 히젠토는 16세기 일본 에도 시대 다다요시(忠吉)란 장인이 살상용으로 만든 칼이다. 전체 길이 120㎝ 중 칼날이 90㎝다. 신사가 보관하고 있는 봉납 문서에는 ‘왕비를 이 칼로 베었다’고 적혀 있다. 우익 엘리트였던 도오 가스아키는 명성황후를 살해한 가장 유력한 인물로 지목됐다. 그러나 그를 포함한 을미사변 관계자들은 1895년 히로시마 형무소에서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됐다.

환수위 공동위원장 혜문 스님은 25일 “일본은 조선의 왕비를 죽이고, 그 장례 절차를 기록한 의궤까지 가지고 갔다”며 “신사에 범행 도구인 히젠토가 보관돼 있다는 것은 민족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혜문 스님은 이 칼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기록을 담은 책 『조선을 죽이다』(동국대출판부)를 지난해 9월 출간했었다.

환수위는 26일 “신사는 사과의 의미로 한국에 인도하거나 폐기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다. 이는 안중근 순국 100년을 맞아 추진되는 것이기도 하다.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가장 큰 이유가 ‘조선의 국모를 살해한 죄’였다. 환수위는 “을미사변으로 인해 ‘피로써 피를 씻은 한·일 관계’의 100년 업보가 시작됐다”며 “한국은 물론 일본 역사까지도 불행하게 만들고, 우호적 한·일 관계를 토대로 열어가야 할 새로운 시대를 저해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환수요청서를 신사에 보낼 예정이다. 환수위 출범식은 26일 오후 1시 조계종 중앙신도회 전법회관에서 열린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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