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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핵무기 없는 세상’ 첫발 뗐다

러시아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토폴-M. 소련 해체 이후 개발된 기종으로 러시아가 보유한 최신 ICBM 중 하나다. 무게 4만7200㎏에 길이 22.7m로, 550kt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중앙포토]
미국과 러시아가 새 핵무기 감축 협정에 사실상 합의, 다음 달 초 체코 프라하에서 조인식을 할 예정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 등 외신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 협정은 1991년 체결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을 대체하는 후속협정이다. 이 협정에는 양국이 실전 배치할 수 있는 전략 핵탄두 수를 최대 2200개에서 1500~1675개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략폭격기 등 핵무기 운반 수단도 500~1100기로 감축할 예정이다.

양국은 지난해 7월 모스크바 정상회담에서 이 같은 내용의 새 협정안에 합의하고 그간 실무협상을 벌여 왔다. 하지만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계획과 핵 감축 사실의 검증 방법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근까지 협상을 계속해 왔다. START-1의 효력은 지난해 12월 만료됐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양국이 새 협정에 매우 근접했다”면서도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국이) 새 협정과 관련된 모든 문서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기브스의 발언에 대해선 “일부 기술적인 문제들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양국 정상이 26일 통화를 할 계획”이라며 “양국 관리들은 협상 체결을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 정상이 새 협정 내용에 최종 합의할 경우 조인식은 다음 달 8일 프라하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비준을 담당할 미 상원 외교위 소속으로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새 협정안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공화당 리처드 루거 의원은 “백악관이 8일 프라하에서 조인식을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코 외무부도 같은 날 “새 협정이 합의되는 대로 프라하에서 조인식을 하기로 미 정부와 합의했다”고 공개했다.

프라하는 지난해 4월 초 오바마가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밝혔던 곳이다. 당시 오바마는 “핵무기는 냉전이 남긴 가장 위험한 유산”이라며 “미국이 앞장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예상대로 조인식이 열릴 경우 오바마는 같은 장소에서 딱 1년 만에 자신의 약속을 지키게 된다.


◆새 협정의 의의=전문가들은 새 협정을 “START-2 이래 가장 의미 있는 핵군축 약속”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993년 체결된 START-2는 2007년까지 핵탄두 수를 3000~3500개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양국 간 갈등으로 러시아의 최종 비준을 받지 못해 발효되지 않았다. 2002년 체결된 전략공격무기감축협정(SORT)의 경우엔 구체적 검증 방법을 담고 있지 않아 “중대한 결함이 있는 협정”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새 협정의 체결 시점도 중요하다. 다음 달 12일 워싱턴에선 이틀간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린다. 5월에는 5년 단위로 열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이어진다. 두 회의를 앞두고 양대 핵 강국이 감축을 선언함으로써 다른 핵보유국들에도 동참을 압박할 수 있게 됐다.

오바마 개인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는 전임 부시 정권 시절 불편했던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설정(reset)’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협정으로 그 약속을 지키게 됐다. 최근 통과된 건강보험개혁 법안이 취임 이래 가장 큰 내치 업적이라면, 새 협정은 가장 중요한 외교 업적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오바마에게는 정치적으로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남은 과제=양국 정상이 서명을 한다고 해도 새 협정이 바로 발효되는 것은 아니다.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비준 때 가장 큰 쟁점은 역시 MD 문제가 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실권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MD 계획이 새 협정 체결의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가 지난해 9월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방어기지를 설치하는 유럽 MD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러시아 보수파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반면 미국 공화당은 “핵군축과 MD를 연계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공화당 소속 루거 의원은 “협정에 MD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공격과 방어 사이의 관계에 대해 다른 형태로 언급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새 협정의 비준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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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