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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고수 ID 도용해 1억5000만원 수익

지난해 11월 초, 전업투자가 정모(38)씨는 오전에 주식 매매를 위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로그인했다. 첫 화면에 지난 로그인 기록이 떴다. 그런데 ‘직전 접속시간’이 이상했다. 정씨는 전날 오후에 로그아웃을 한 뒤 HTS를 열어본 일이 없었다. 그러나 로그인 기록에는 늦은 밤까지 HTS를 켜놓은 것으로 돼 있었다. 수상히 여긴 정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수사 결과 정씨의 HTS를 매일 열어보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A증권사에서 투자상담사로 일하는 이모(35)씨였다. 이씨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정씨와 함께 투자전문가 양성소에서 강사와 연구원으로 함께 일했다. 당시 정씨가 “오늘 예비군 훈련을 하러 가야 한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가르쳐줄 테니 업무를 봐 달라”고 이씨에게 부탁한 일이 있었다. 2003년 이후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증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씨는 계약직이었다. 개인투자자를 모집해 상담도 하고 투자를 대신해 주기도 했다. 그러나 수입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결혼 전에 정직원이 돼야 한다는 압박감도 컸다. 반면 정씨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씨는 예전에 적어둔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정씨가 사용하는 HTS에 접속했다. 공인인증서가 없어 거래는 되지 않았지만 무엇을 사고팔았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씨는 정씨의 거래내역을 따라 투자했다. 2006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4년간, 이씨는 5000만원의 종잣돈으로 1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경찰은 이 정보를 고객관리에도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성과가 좋아진 이씨는 지난해 정식직원으로 채용됐다. 그러나 곧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5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씨의 정보를 함께 활용한 같은 증권사 송모(25)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시간에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중 로그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발생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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