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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프런트] 가출 아내 찾진 않고 “중국 새 신부 오기 전 이혼 빨리 … ”

2008년 베트남 여성 A씨(18)와 결혼한 김모(46·노동자)씨는 지난해 말 서울 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냈다. “아내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집을 나가버렸다”는 게 이유였다. 법원은 이혼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통상 6개월을 기다린 뒤 재판을 시작한다. 하지만 김씨는 그 전에 판사를 찾아와 이혼 결정을 빨리 내려 달라고 재촉했다. 그는 “곧 중국에서 새 신부가 들어오기 때문에 빨리 이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이혼 결정을 받은 김씨는 바로 중국인 신부와 혼인 신고를 했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외국인 아내들은 남편 잘못으로 집을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찾아볼 생각도 않고 바로 이혼소송을 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인과 외국인이 결혼해 가정을 이루는 ‘다문화가정’의 이혼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가정법원에 접수된 전체 이혼 소송 가운데 다문화가정의 경우가 열 건 중 세 건(32%)꼴이었다. 올 1∼2월의 경우 40% 안팎에 이르고 있다.

가정법원에 접수된 사례를 살펴보니 상습 구타에 가장의 가출, 문화적 몰이해, 인종 차별 등이 주원인이었다. 최근 캄보디아 정부가 한국인과의 혼인을 금지한 이유를 가정법원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못 사는 나라 X”이라며 무시=2004년 결혼소개소를 통해 김모(48)씨와 결혼한 중국인 여성 B씨(42)는 결혼 후 툭하면 남편에게 얻어 맞았다. 남편은 “돈 벌어와서 빨리 내 빚 갚으라”고 윽박질렀다. 툭하면 외박을 했다. 지난해 봄 남편은 B씨를 때리면서 집에서 내쫓았다. 그는 다른 여자를 데리고 왔다. 몇 달을 기다리다 B씨는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난해 말 이혼 소송을 냈다. 그는 법정에서 “다시는 한국에 오고 싶지 않다”고 했다.

중국 여성 C씨는 2007년 한국 남성과 결혼했다. 결혼 이후 남편은 일을 하지 않았다. 생활비 한번 주지 않고 집에서 컴퓨터 게임만 했다. C씨는 식당 일을 해서 번 돈으로 시동생까지 부양해야 했다. 이런 상황이 2년 이상 지속되자 C씨는 지난해 말 이혼 소송을 냈다.

지난해 한국 농촌 총각과 결혼한 20대 초반의 베트남 여성 D씨는 최근 법원에 이혼 소송을 냈다. 그는 “시집 식구들로부터 무시당해 도저히 살 수 없다”고 호소했다. D씨는 결혼 초부터 시집 식구들이 자신을 구박했다고 했다. 결혼 첫날 모르고 베트남에서처럼 신발을 신고 집안에 들어갔더니 시어머니가 “버릇 없는 X”이라고 욕을 했다. 이후에도 “못 사는 나라에서 와서 아는 게 없다”는 등 무시하는 발언이 끊이지 않았다. 그는 법정에서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최근에는 외국인 여성과 6∼7차례 결혼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 이혼 소송을 내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중개업자에게 돈만 내면 얼마든지 새 신붓감을 구해 주기 때문이다. 거의 신종 ‘인신매매’나 다름없는 파렴치한 유형이다. 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백화점에서 물건 사듯이 결혼하고 조금 살다가 싫증이 나면 무르는 식의 사례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인스턴트 결혼이 이혼 유발=가정법원 판사들은 다문화가정의 파경이 잦은 이유에 대해 “서로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결혼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에 혼인신고를 해야 입국할 수 있기 때문에 대개 사진 한 번 보고 결혼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인스턴트식’ 결혼을 하다 보니 제대로 가정을 이루고 유지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가정법원 다문화가정 연구모임 회장인 이현곤 판사는 “우리나라 남성이 배우자 나라의 문화에 대해 전혀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아내가 뭘 입고 뭘 먹으며 살았는지 알려 하지 않고 한국식만 강요한다는 것이다.

판사들은 다문화가정의 이혼이 이들의 2세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걱정했다. 서울가정법원 김윤정 판사는 “가정법원에서 이혼한 부모의 아이가 몇 년 뒤 소년범으로 법정에 오는 경우를 종종 본다”고 말했다.

전진배·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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