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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르고, 달리고, 벌 받고 … 야구 초보 티 벗기 장난 아니네요

수비 훈련을 마치고 들어오는 오지호(왼쪽 끝)를 김성한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과 ‘천하무적야구단’ 선수들이 하이파이브 하며 맞이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각본 없는’이란 말. 스포츠에선 단골 용어고,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흔히 쓴다. 이 둘이 만났다. 야구 초보 연예인들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담는 KBS2 ‘천하무적토요일-천하무적야구단’(토 오후 6시20분). 23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야구장을 찾았을 때, 선수들은 희뿌연 황사 먼지도 아랑곳 않고 한창 구르고 달리는 중이었다.

# 웃길 새도 없다, 처절한 분투

이 날은 탁재훈·김현철 등 새 단원들을 맞고 ‘제2 창단’을 선언한 날. 기운 좋게 파이팅을 하고 김성한 감독의 지시에 따라 ‘피칭 머신’ 훈련에 돌입했다. 실제 마운드 위치에 설치된 기계에서 튀어나오는 공이 빨간색이면 치고, 파란색이면 그냥 보내는 훈련이다. 김 감독은 “아마추어 야구에선 스트라이크보단 볼이 많은데, 방망이를 휘두르고 보는 경향이 있어 하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잘못 치면 벌칙으로 타석 위에 매달린 대형 세숫대야가 떨어져 머리를 쳤다. 오지호가 3회 연속 대야를 맞자 단원들이 “송장군이 맞으니 웃긴다”라며 킬킬댔다.

이어 벌어진 펑고(fungo·수비 연습 때 배트로 공을 쳐주는 사람) 훈련. 김 감독이 ‘수비율 100%’를 목표로 제시하자 선수들 표정에 비장함이 감돌았다. 오리알처럼 튀는 공을 바쁘게 좇아 다니며 가쁜 숨을 쉬었다. 해질 무렵 훈련이 끝나자 김 감독은 “집중력이 크게 늘었고, 연결 동작도 좋아졌다”고 격려했다. 다음 연습은 30일에 벌어질 모 영화 출연자·스태프와의 친선 평가전이다.

# 야구, 어디로 튈지 모른다

‘각본’은커녕 출연자용 스크립트도 없다. 경기는 물론 훈련도 ‘실시간 리얼리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보들이 쳐낸 파울볼에 촬영 카메라가 깨진 적도 있다. 때문에 녹화 땐 높이와 너비가 각각 3m에 이르는 간이 펜스를 곳곳에 설치하고, 기술진·작가들은 뒤에서 지켜본다. 훈련과 예능을 접목시키는 것은 작가들의 몫. 변데레사 작가는 “시중의 웬만한 야구교본은 다 읽어본 것 같다”며 “프로에서 하는 훈련을 아마추어에 맞게 응용하고 예능의 재미를 접목시킨다”고 했다.

스타 감독들도 ‘원포인트 레슨’으로 지원해 화제가 됐다. 선동열·조범현·김성근·김경문 감독 등의 노하우 전수는 야구 매니어들이 UCC로 돌려볼 정도로 인기다. ‘실전 야구’라는 소재 탓에 토요 예능프로그램치곤 30~50대 남성층 비율이 높은 것(25%, AGB닐슨미디어리서치 분석)도 이채롭다.

# 지고 또 지고…이것이 ‘리얼리티’

연출을 맡은 최재형 PD는 2005년 KBS ‘해피선데이’에서 ‘날아라 슛돌이’를 기획·연출, 어린이 축구붐을 일으킨 바 있다. ‘천하무적야구단’ 역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야구의 속성에 ‘찌질’한 아마추어들의 고군분투, 마르코·김창렬 등 캐릭터의 충돌이 웃음을 자아내며 팬층을 넓혀 왔다.

하지만 이런 류의 프로에서 기대하는 ‘드라마틱한 성장’이 안 보이면서 주춤한 분위기다. 최근에도 사회인야구대회 1차전에서 KBS팀에 볼넷 밀어내기로 역전패당했다. 답답하긴 최 PD도 마찬가지. “선수 개인으로 보면 많이 늘었지만 기존 야구팀과의 격차가 워낙 커서 경기 결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얼 스토리’의 아이러니다.

선수들도 부담이 크다. 주장 이하늘은 “야구와 방송을 동시에 할 수 있어 신나게 시작했는데, 요즘은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팀 분위기도 가라앉은 상태”라고 했다. “어차피 방송 아니냐”는 우문에 발끈하며 답했다. “좋아하니까 잘하고 싶다고요! 우리도 마음은 프로 못지 않아요!”

글=강혜란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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