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손학규의 선택

돌아올 때가 됐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말이다. 그가 강원도 춘천의 농가에서 칩거한 지도 1년 반이 넘는다. 그는 대선 후보 실패 후 민주당 수습 대표→2008년 총선 패배라는 연타를 맞고 휘청거렸다. 이어 춘천행을 택했다.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그때 그와 지금 그는 다르다. 기대치가 높아졌다. 그에게 힘이 된 건 두 차례의 재·보선 승리였다. 지난해 4월 정세균 대표의 요청에 따라 인천 부평을과 시흥시장 선거에 투입돼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10월 재·보선 성과는 더 컸다. 수원 장안에 직접 출마하라는 권유를 거두고 측근을 당선시켰다. “반성이 끝나지 않았다”며 출마를 안 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그의 거취가 관심이다.

22일 오후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를 찾았다. 그의 농가가 있는 곳이다. 서울에선 함박눈이 내리던 그날 대룡산 기슭에는 진눈깨비가 쏟아졌다. 1시간을 넘게 기다리니 그가 집으로 돌아왔다. 부인 이윤영 여사와 시내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했다. 예상치 못한 방문에 반가워하면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한 질문엔 “별 할 말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앉아서 내내 닭 키운 얘기만 했다. “지난여름에 오골계가 산비탈에서 달걀을 품었는데 배 속 털 빼고는 털이 다 빠지도록 고생을 하더라고. 비가 와서 달걀이 떠내려갈 듯해도 결국 품어서 병아리로 부화시키더구먼.” 급기야 닭장으로 이끌어 방금 어미가 낳은 달걀을 보여준다. 오골계·토종닭·칠면조 등 족히 40마리는 돼 보였다. 그날 8개의 새 달걀을 주워 왔다.

가만 있으면 끝까지 닭 얘기만 할 것 같아 “언제 정치 일선에 복귀할거냐”고 물었다. 그는 “사람이 들고 나는 일이 크게 다른 게 있나. 내가 할 일이 있느냐, 뭘 해야 하나가 중요하다”고만 했다.

그는 농가에 머무르며 시대정신을 고민했다. 그는 “자꾸 어려워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거기서 갈등과 다툼이 생기고 있다. 그것을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 그걸 해결하는 게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정치가 결핍과 좌절을 치유해야 한다는 거다. 그가 부화시킨 일종의 ‘손학규 어젠다’다.

부재로 인한 돋보임은 그 정도면 됐다. 정치는 스님이 산속에서 수행하는 일과 다르다. 현장에서 부딪치고 고민하는 일이 우선이다. 민주당 내에선 그에게 다음 달께 지방선거 선대위원장을 맡길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장 닥쳐온 선거도 선거지만 민주당에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 국민의 시선을 민주당으로 끌어오려면 ‘드라마’가 있어야 한다.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이 경쟁하지만 그들만으론 부족하다. 오죽하면 야권은 서로 고인이 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계승 경쟁을 벌이고 있겠나. 당을 위해서도, 그를 위해서도 함께 경쟁의 대열에 참여해야 한다. 그가 칩거해 시대정신을 고민했다면 그것도 논쟁의 장에 내놓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민주당에는 계파와 지분의 싸움이 아닌 지속적인 새 어젠다가 필요하다. 그들이 경쟁해 사분오열된 범야권의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신용호 중앙SUNDAY 정치부문 차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태그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