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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깐깐한 회계심사로 코스닥 더 맑게 하라

시가총액 4000억원이 넘는 코스닥 상장회사가 최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거절받아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00억원의 매출과 영업이익 20억원을 기록했다. 겉으로 멀쩡한 이런 회사까지 회계심사에서 퇴짜를 맞자 코스닥 시장은 퇴출 공포에 떨고 있다. 올 들어 퇴출 징후를 전혀 발견할 수 없었던 코스닥 기업들이 잇따라 배임·횡령→구속→감자→퇴출 심사 수순을 밟고 있다. 이런 기업 가운데는 우리 귀에 익숙한 한글과컴퓨터, 벤처캐피탈 대부(代父)인 서갑수 회장의 KTIC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상장폐지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회계법인들의 감사가 깐깐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올해 상장폐지될 기업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개인투자자는 “회계법인이 저승사자로 돌변했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물론 갑자기 퇴출 종목이 늘면 단기적으로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가 훼손될지 모른다. 그러나 좀비 기업을 방치하면 더 큰 재앙(災殃)을 부르게 된다. 지금까지 코스닥 시장은 주가조작·횡령·배임·분식회계 같은 고질적 비리의 온상이었다. 재무제표만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깡통 차기 일쑤였다. 더 이상 코스닥 시장을 ‘투기꾼의 놀이터’로 놓아둘 수 없다.

장기적으로 코스닥 시장의 신뢰를 높이려면 회계심사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 지금도 “분기 매출액 0원”의 황당한 공시를 낸 회사들의 주식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횡령으로 자기자본이 완전 잠식됐는데도 “소송이 진행 중이며 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퇴출을 모면한 회사도 한둘이 아니다. 아예 회계법인이 코스닥 상장회사의 분식회계를 주도한 게 들통나 업무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이 살아나려면 이런 비리부터 말끔히 청소해야 한다. 적어도 재무제표는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깐깐한 회계감사를 통해 강시(殭屍) 기업을 무덤 속으로 보내야 건전한 상장회사들이 숨을 쉴 수 있다. 우리가 코스닥 시장의 무더기 퇴출 뉴스 속에서 오히려 희망의 빛을 발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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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