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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몸짓

몸짓 - 박남수(1918∼1994)

한 마리의 비둘기가

슬금슬금 밀치며 지분거린다.

한 마리의 비둘기가 한 마리의 비둘기를.

둘레를 빙글빙글 돌며 쪼고 있다.

무슨 말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이윽고

한 마리는 알아차리고 조용히 몸을 숙이며

두 날개를 펼친다. 한 마리는

잔등 위에서 어기찬 하느님이 되었다. 그뿐

무슨 말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태초는

다만 몸짓으로 열리었던 것을.


말이 아닌 몸짓으로 비둘기가 저의 생식을 이어가듯, 천지간의 만물들은 말이 가 닿지 않는 섭생으로도 면면하게 실재(實在)를 입증해 보인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는 창조의 전말을 “다만 몸짓으로 열리었다”고 고쳐 쓴 이 역설은 그리하여 성애조차 거룩한 생산에 겹쳐놓는다. ‘에덴 동산’에서 금단의 열매를 따먹은 인간만이 말을 새겨, 생각에 가둬지는 영원한 형벌을 받는 것은 아닐는지. 삶에 대한 관조가 관습적 발상을 뒤집고 시를 한층 앞질러 가게 한다. <김명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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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